[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초반 리그 성적은 3승2무, 승점 11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승3무(6점)로 패가 없다.
걱정과 달리 초반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이른바 '쇄국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포항이 과연 한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 없이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쇄국축구를 하는 데는 포항의 모기업인 포스코의 세계 철강 경기 약화의 영향이 크다. 자금 지원을 줄이니 구단 운영비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신중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데리고 있던 아사모아를 대구FC로 이적시키는 등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면서 국내 선수들로만 시즌을 출발했다.
황선홍 감독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당장은 어렵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라도 좋은 선수가 있고 구단과 연봉 조율이 잘 된다면 영입할 마음이 있다. 황 감독 스스로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라며 시즌 중 용병 영입의 여지를 남겨뒀다.
쇄국축구는 분명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2군리그 폐지로 선수단 규모가 축소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상, 경고 누적으로 전력 누수가 생기면 선수층이 엷은 상황에서는 문제점이 크게 드러난다.
또 6월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을 위해 이광훈, 문창진 등 어린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야 한다. 이들은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중용되고 있다. 황 감독도 모든 선수들에게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컨디션에 따라 선수들을 고루 출전시켜 외국인 선수 부재의 공백을 최소화시키면서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쇄국축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포항의 최현태 단장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니 선수들 간 의사소통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또, 어린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 유스 선수를 육성하는 포항 입장에서는 나쁜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 그들이 더 빨리 적응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를 중간에 합류시키면 잘 다져놓은 팀의 틀을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이 최 단장의 생각이다. 그는 "에닝요나 데얀 같은 특급 선수가 아니라면 데려와도 소용이 없다. 선수들끼리 똘똘뭉쳐있는 조직력을 깰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지쿠(강원FC), 조란(선양) 등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여주며 전력에 균열이 왔던 경험이 있어 더 그렇다.
물론 포항의 쇄국축구는 올 시즌에 국한된다. 최 단장은 "외부의 시선으로는 포항이 계속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이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올해만 외국인 선수가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답했다. 이 말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포항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황 감독은 동계훈련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며 선수단을 다져 놓았다. 현 상황에서는 플랜A, B, C를 믿고 끝까지 가는 방법 외에는 달리 묘수가 없는 듯 보인다. 황 감독도 "플랜A, B를 짜놨고 상대를 보고 결정하겠다"라며 탄력적인 선수 운용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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