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김혁민(26)이 마당쇠가 됐다. 자신의 부진과 팀의 연패에 따른 복합적인 이유에서다.
김혁민은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였다. 류현진을 비롯해 박찬호, 양훈까지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김혁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생애 첫 완투승을 포함해 8승9패 평균자책점 4.06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김혁민이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다. 선발로 등판한 4경기에서 모조리 패전을 떠안은 것. 평균자책점도 8.15까지 치솟았다. 한화가 개막 13연패라는 최악의 출발을 한 데에는 김혁민의 책임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김혁민은 마당쇠로 변신했다. 12일 LG전에 선발로 나서 2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후 14일 LG전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3이닝 6실점(5자책)으로 또 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7일 NC전에는 4-3으로 앞서던 7회초 1사 후 등판해 2.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한화는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 시즌 첫 연승을 달렸고 김혁민에게는 홀드가 주어졌다.
6일 동안 총 3번이나 마운드에 오른 셈이다. 선발 투수에게는 있을 수 없는 등판 간격이다. 그만큼 한화가 처한 상황이 급박했다. 오는 22일부터는 나흘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김혁민은 불펜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뒤 선발진에 다시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혁민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김혁민의 표정은 밝았다. 17일 NC전 승리로 한화의 연승이 확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몸은 힘들지만 팀만 이길 수 있다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김혁민은 최근 자신의 잦은 등판에 대해 "내가 컨디션 조절만 잘 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보직은 코치님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라 자신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는 뜻이다.
이어 김혁민은 "두 번째 등판 때는 어깨가 좀 뭉쳤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다"고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이날 김혁민은 2.1이닝 동안 삼진을 5개나 잡아내는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팀 승리에 큰 디딤돌을 놓은 호투였다.
한화의 마운드가 정상화 되기 위해서는 김혁민이 다시 선발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등판 패턴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에이스로서의 기대감을 잠시 내려놓은 김혁민은 마당쇠가 돼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다시 에이스가 되기 위해 재도약하기 전, 잠시 거치는 과정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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