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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의 '환상 파넨카킥', 못 볼 뻔했다


FC서울 페널티킥 키커 1순위는 김진규

[최용재기자] FC서울이 드디어 K리그 클래식 첫 승을 거뒀다.

서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대구FC와의 경기에서 4골 폭죽을 터뜨리며 4-0 대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서울은 8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수확하며 1승4무3패 승점 7점을 기록,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4-0 대승. 서울의 이번 대승에서 결정적 장면은 데얀의 세 번째 골이었다. 데얀은 데얀스러운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서울이 2-0으로 앞서던 전반 26분, 데얀은 문전에서 유경렬의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데얀이 얻은 페널티킥. 데얀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데얀은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순간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다. 그런데 데얀의 슈팅은 아직 골대에 도착하지 않았다. 천천히 골대 중앙으로 향했다. 이미 몸을 날린 골키퍼는 데얀의 느린 슈팅을 멍하니 바라만 봐야했다. 바로 '파넨카킥'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였던 안토닌 파넨카의 이름에서 따온 파넨카킥은 페널티킥 키커가 골키퍼 정면을 향해 한 박자 늦춰 느리게 차는 슈팅을 일컫는다.

웬만한 배짱을 가지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든 킥이다. 느리게, 중앙으로 차는 것이기 때문에 방향을 읽히면 가장 손쉽게 골키퍼가 막을 수 있는 킥이기 때문이다. 파넨카킥을 시도하다 실패하면 그 어떤 킥보다 제대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래서 페널티킥 찬스에서 파넨카킥을 시도하는 축구 선수는 드물다.

데얀이 파넨카킥을 시도했고 멋지게 성공시켰다. 서울의 첫 승이 간절한 상황이었고 2골과 3골 차이는 크다. 3골을 성공시킨다면 승리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만약 실패한다면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 반드시 골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데얀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대담함과 자신감으로 파넨카킥을 시도했다. 그리고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가히 데얀의 파넨카킥이 서울 첫 승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환상적인 데얀의 골에 서울 팬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또 데얀의 대범함에 당한 대구는 추격 의지가 꺾였다.

그런데 이 데얀의 파넨카킥을 보지 못할 뻔했다. 서울이 이미 2골 차로 앞서고 있지 않았다면 데얀의 파넨카킥은 없었다. 서울이 지고 있는 경우는 물론 0-0 동점 상황이었거나 1-0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을 때 페널티킥을 얻었다면 데얀의 파넨카킥은 볼 수 없었다.

이유는 서울의 페널티킥 키커 1순위는 김진규이기 때문이다. 김진규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서울의 페널티킥을 전담했다. 지난 시즌 초반 데얀, 몰리나 등 특급 공격수들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실패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그래서 '페널티킥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김진규가 전담 키커로 나선 후 페널티킥 악몽은 사라졌다.

그래서 최용수 서울 감독은 더 이상 '데몰리션'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주지 않았다. 페널티킥 키커는 무조건 김진규였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이날 대구전 페널티킥 키커로 데얀이 나섰을까.

박빙의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었다면 무조건 김진규였다. 하지만 2-0으로 스코어가 벌어져 여유가 있었기에 최 감독은 데얀을 선택했다. 데얀의 득점 감각을 이어주고 서울의 첫 승에 데얀의 골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의 이런 배려가 있었기에 데얀의 파넨카킥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최 감독은 "사실 한 골 차가 나는 상황에서 페널티킥이 나왔다면 키커 일순위는 김진규다. 데얀과 몰리나가 지난해 수원전 등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힘든 경기를 했다. 그래서 페널티킥 키커는 무조건 김진규였다. 그런데 2골 차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데얀에게 차게 했다. 데얀이 골을 넣으며 좋은 흐름을 유지하게끔 하고 싶었다"며 데얀의 파넨카킥이 등장할 수 있었던 뒷얘기를 밝혔다.

시도조차 하지 못할 뻔한 데얀의 파넨카킥이 이렇게 세상에 공개됐다. 파넨카킥은 실패할 확률이 큰 만큼 성공하면 큰 파장을 가지고 온다. 데얀의 파넨카킥이 가져온 파장 역시 크다.

데얀은 파넨카킥으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고 서울에 첫 승을 안겼다. 수준 높은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데얀은 이 골로 올 시즌 총 5골을 기록, K리그 클래식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3년 연속 득점왕 등극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는 골이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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