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2~1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이 나왔을 때 전 세계 축구팬들은 특별한 기대감을 가졌다.
현존하는 최강의 클럽이라 불리는 두 팀, 그리고 가장 많은 팬과 이슈를 몰고 다니는 두 팀이 '꿈의 무대'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게다가 그 두 팀은 '세기의 라이벌'인 팀이다.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매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대 산맥'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이야기다. 두 팀은 나란히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고 이들이 4강을 넘어 결승에 안착한다면 유럽대항전 최초로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세기의 라이벌이 드디어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나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였다. 4강 1차전을 치른 지금 이 두 팀이 결승에 오를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두 팀의 세기의 대결은 다음으로 미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르셀로나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 0-4 대패를, 레알 마드리드 역시 독일의 도르트문트에 1-4 완패를 당했다. 두 팀 모두 2차전에서 극복하기 힘든 점수 차로 졌다.
따라서 독일의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 두 팀이 결승에 오른다면 유럽대항전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된다. 1955년부터 시작된 유럽대항전에서 57년이 흐른 지난 시즌까지 결승전에서 단 한 번도 분데스리가 팀들끼리 격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로피언컵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팀이 첫 우승을 거둔 해는 1973~74시즌이었다. 역시나 첫 번째 주인공은 독일 최고 명가 뮌헨이었다. 뮌헨은 그 시즌 우승을 한 이후로 3연속 정상에 오르며 유럽 축구를 평정했다. 3연패를 하는 동안 뮌헨의 결승 상대에 독일 클럽은 없었다.
1973~74시즌 뮌헨의 상대는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고, 1974~75시즌에는 잉글랜드의 리즈였다. 3연패를 이룩한 1975~76시즌 뮌헨의 상대는 프랑스의 생테티엔이었다.
1982~83시즌 독일 축구는 다시 한 번 유럽을 평정했다. 그 주인공은 함부르크였다. 함부르크의 결승 상대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였다.
1992년 유로피언컵은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이 바뀌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고 챔피언스리그로 변신 후 첫 독일 클럽 우승은 도르트문트였다. 1996~97시즌 도르트문트는 이탈리아 유벤투스를 넘고 감격적인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2000~01시즌 뮌헨이 다시 한 번 유럽의 정상에 섰고, 당시 뮌헨의 결승 상대는 스페인의 발렌시아였다.
지금까지 독일 분데스리가는 총 6번 유럽 패권을 쥐었지만 단 한 번도 결승에서 독일 클럽끼리 맞대결을 펼친 역사는 없었다. 올 시즌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동시에 결승에 오른다면 유럽대항전 최초의 기록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또 독일 클럽 두 팀의 결승 진출은 유럽 축구의 흐름이 완벽히 독일로 넘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1970~80년대를 주름잡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게 밀려 위축됐던 분데스리가의 자존심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의미있는 행보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결승행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는 5월1일과 2일.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각각 4강 2차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원정경기다. 이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며 독일 축구의 새로운 부흥기를 선포할 수 있을까. 이변이 없는 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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