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일관된 플레이를 했지만 널뛰었던 골 결정력이 포항 스틸러스를 울렸다.
포항은 지난달 30일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G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1-1로 비기며 조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골 차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내지 못한 결과였다.
하필, 최종전 상대가 분요드코르라 더 아쉬웠다. 분요드코르는 ACL에서 늘 고비마다 나타나 포항을 괴롭힌 팀이다. 지난해도 포항은 두 번 겨뤄 모두 패한 것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올해는 2무승부로 마감했는데 분요드코르전서 1승도 챙기지 못한 것에 발목이 잡혔다.
포항에는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고무열, 신화용, 황지수 등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해 예상치 못한 교체를 하며 전략에도 차질을 빚었다. 특히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 신화용의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김다솔과 교체된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포항은 분요드코르전을 앞두고 빡빡한 경기를 치렀다. 지난달 27일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상대는 비슷한 스타일의 '닥공' 전북 현대였다. 당시 원정경기에다 빗속 혈투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했고, 회복이 정상적인 경기보다 늦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전북과는 서로 명품 경기를 치렀다고는 하지만 이틀 쉬고 ACL 경기에 나서야 했으니 분요드코르전 후반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만약 포항이 16강에 진출했다고 해도 다음 경기인 리그 10라운드 상대가 전통의 라이벌인 난적 성남 일화라 이래저래 앞뒤로 부담이 상당했다.
포항 관계자는 "전북전의 경우 서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했었다면 좋았을지도 몰랐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포항은 분요드코르전에서 플레이 자체가 조급하지는 않았다. 소위 스틸타카로 불리는 포항 특유의 세밀한 패스를 구사했다. 포항은 겨우내 주전, 비주전이 같은 전술로 훈련에 나섰다. 일체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유스팀, 대학 등에서 선발한 선수들의 빠른 적응과 실력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줄어든 선수단 규모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한계까지 보태져 황선홍 감독은 고뇌하고 또 고뇌하면서 이렇게 팀을 조련시켜왔다.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러 주전급들의 피곤함이 쌓였지만 특징있는 포항다운 축구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보통의 팀들은 체력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골이 필요할 때 페널티지역으로 긴 크로스를 올려 신장이 좋은 원톱의 머리를 이용하는 포스트플레이에 힘을 쏟게 마련이다.
하지만, 포항은 특유의 빠른 패스를 버리지 않았다. 골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상대에 패스가 차단되면 탄식이 나오고는 했지만 흐름 자체는 잃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5승4무, 승점 1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이 된 플레이와 똑같았다. 단지 무대만 챔피언스리그라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아쉽게 ACL 정상 도전의 꿈을 접은 포항에게 이제 남은 것은 K리그 클래식과 FA컵이다. 황 감독은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한 모양입니다"라며 모든 결과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포항 축구가 시간이 흐를수록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임을 확실히 알려줬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마무리 결정력에 방점만 찍는다면 오히려 포항은 내년 ACL에서 더 멋진 장면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포항 주장 황지수는 "선수들은 지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추격에 더 차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다들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실력차가 줄어드는 등 나름의 효과를 봤다"라며 흔들리지 않는 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