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발투수로 나온 고원준이 일찍 무너졌지만 타선은 힘을 냈다. 3-6으로 뒤진 4회말 이후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다. 그러나 겨우 한 점을 추격하는 데 그쳤다. 결국 롯데 자이언츠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4-6으로 졌다.
롯데가 이날 지역 라이벌로 불리는 NC에게 발목을 잡힌 원인은 여러가지다. 2.1이닝 5실점하고 물러난 고원준의 부진, 한 방이 필요한 득점 기회마다 번번이 터지지 않은 결정타.
그런데 롯데의 패배에는 불운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공격에서는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시작은 4회말 공격부터였다. 롯데는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근 부쩍 타격감을 끌어올린 황재균이 나왔다. 그는 NC 선발 이태양이 던진 4구째에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잘맞은 타구였고 충분히 안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타구는 이태양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2루에 있던 박준서는 이미 스타트를 한 상황이라 이태양은 편하게 2루로 송구를 해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이닝을 끝마쳤다.
롯데에겐 속이 쓰린 결과가 됐다. 속절없이 더블 아웃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추격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5회말에는 1사 후 손아섭이 친 날카로운 타구가 1루수 모창민의 글러브 안으로 그대로 들어가 범타가 되고 말았다. 다음 타자 김대우가 안타를 쳤기 때문에 손아섭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롯데에겐 또 아쉬웠다.
바람도 롯데 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가 시작할 때 사직구장의 풍속은 초속 3m 정도였다. 약한 바람은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플레이에 방해가 될 만큼 세게 불진 않았다. 그러나 바람 방향이 롯데쪽에 유독 불운으로 작용했다.
롯데는 6회말 1사 2, 3루 기회를 다시 잡았다. 김시진 감독은 신본기 타석에 박종윤 대타 카드를 꺼냈다. 박종윤은 바뀐 투수 최금강이 던진 2구째를 힘껏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공은 우측담장을 훌쩍 넘어 관중석 상단으로 떨어졌다. 팬들의 함성이 커졌고 롯데 벤치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타구를 확인했다. 그러나 열심히 타구의 방향을 쫓던 1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김시진 감독이 비디오판정을 요구했지만 최종 판정 역시 파울. 당시 바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었다. 이 때문에 박종윤이 친 타구는 우측으로 더 휘어졌고, 폴대 옆으로 살짝 비켜나며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에겐 아쉬운 순간이 됐고, 단번에 동점을 내줄 뻔했던 NC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은 마지막 9회 공격 때 다시 한 번 롯데를 울렸다. 4-6으로 두 점 뒤진 상황 1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전준우는 NC 네 번째 투수 이민호가 던진 초구를 잡아당겼다. 6회 박종윤처럼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전준우도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했다.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이 되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바람이 훼방꾼이 됐다. 당시 바람은 외야에서 내야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다. 좌측 담장을 넘어갈 것처럼 보였던 타구는 이 때문에 거짓말처럼 힘을 잃었다. NC 좌익수 박정준은 펜스에 기대 전준우가 친 타구를 잡아냈다. 1루 베이스까지 갔던 전준우는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승리의 여신이 있다면 이날 만큼은 롯데를 외면하고 NC에게 미소를 보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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