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전남 드래곤즈의 전현철(23)이 하석주 감독에게 '반항'했다.
하 감독은 전현철에게 지시를 했지만 전현철은 그 지시를 듣지 않았다. 감독의 지시와 다르게 자신의 의지대로 했다. 겉으로 보면 감독의 말을 듣지 않는 불량한 선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참 '기특한 반항'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1일 전남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둔 후 약 2주 간의 휴식기가 있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준비하는 FC서울을 배려하기 위해 서울전 일정을 늦췄기 때문에 지난 2주간 전남은 경기가 없었다.
그래서 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휴가를 줬다. 전현철에게는 3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하 감독은 전현철에게 "3일 동안 운동 하지 말고 푹 쉬어라. 또 신나게 놀아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전현철은 감독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전현철은 휴가였음에도 감독 몰래 훈련을 했다. 감독이 쉬라고 했는데 이를 어기고 훈련장을 찾아갔다. 전현철은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다.
휴가 때 한 비밀훈련. 전현철의 기특한 범죄는 완전범죄로 끝날 수 있었지만 꼬리가 밟혔다. 전현철이 훈련을 하다 부상을 당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하려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비밀훈련의 실체가 드러냈다. 전현철은 손가락이 골절됐다. 26일 전남은 광양전용구장에서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경기를 치른다. 하 감독은 전현철의 선발 출전을 계획했지만 부상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서 3골을 넣는 등 전현철은 전남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 옵션이다. 부상당한 전현철은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만난 하 감독은 "전현철을 전북전 끝나고 3일 휴가를 줬다. 푹 쉬고 놀기도 하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훈련을 하다가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 이번 수원전 전력 차질이 있다"며 전현철의 반항을 고발했다.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하 감독의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꽃이 피었다. 휴가에도 훈련을 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또 기특했기 때문이다. 미워할 수 없는 반항이다.
전현철의 기특한 반항, 지금 전남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의지로 리그를 치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