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투수전의 백미였다. LG 트윈스는 물샐 틈 없는 계투 작전을 펼쳤고, SK는 선발투수 세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뛰어난 구위로 홀로 마운드를 지켰다.
LG와 SK가 투수전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했다.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 팀은 치열한 혈투를 펼치며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만들어냈다. 최종 승자는 9회말 정의윤의 끝내기 결승타에 힘입은 LG였다.
정반대의 마운드 운용이었다. LG는 기가 막힌 투수 교체 타이밍의 짜릿함을 선보였고, SK는 뛰어난 투수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줬다. 물론 승리를 챙긴 LG가 더 큰 희열을 맛봤다.
SK 세든이 큰 위기 없이 LG 타선을 봉쇄했다면 LG 선발 류제국은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LG의 첫 투수교체가 이뤄진 시점은 5회초. 류제국이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자 지체 없이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 타자는 좌타자 박정권이었다. LG의 선택은 좌완 이상열. SK가 우타자 조성우를 대타로 냈지만 이상열은 몸쪽 꽉찬 빠른공을 뿌리며 스탠딩 삼진을 이끌어냈다. LG는 다시 후속 우타자 이재원을 상대하기 위해 우완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동현은 볼만 연거푸 3개를 던지며 밀어내기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노련한 이동현은 침착했다. 스트라이크 2개를 연속해서 던지며 승부를 풀카운트까지 몰고갔다. 그리고 6구째, 커브가 조금 높은 코스로 들어갔지만 구심은 삼진 콜을 보냈다. 이재원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동현이 8회초 2사까지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자 공식처럼 류택현이 등판했다. 상대가 좌타자 박재상이었기 때문. 류택현은 박재상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확실히 해냈다.
9회초에는 정현욱이 등판했다. 정현욱이 조인성에게 안타를 허용한 다음 2사 1루가 되자 LG 벤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마무리 봉중근을 동점 상황에서 등판시킨 것. 봉중근은 기대대로 대타 정상호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SK 세든은 LG의 벌떼 마운드에 홀로 대항했다. 8회까지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피안타는 4개 뿐이었고 삼진은 무려 11개를 잡아냈다. 최고 구속은 143㎞로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농락했다.
그러나 힘에 부쳤던 것일까. 세든은 9회말 안타 2방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타자 문선재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곧바로 정의윤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내준 것. 좌익수 박재상의 볼 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틈을 타 문선재가 홈까지 내달려 결승 득점을 올렸다. LG의 1-0 끝내기 승리였다.
큼지막한 홈런이 뻥뻥 터지고, 많은 득점이 나오는 것 역시 야구의 묘미다. 하지만 투수전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이날 LG와 SK가 보여준 박빙의 승부가 그랬다. 9회초 2사 후 등판해 공 1개만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봉중근이 행운의 승리투수, 8이닝 1실점을 기록한 세든이 불운의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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