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것이 야구다. 107개의 공을 던지며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인 투수는 패전투수가 됐고, 딱 1개의 공을 던진 투수는 승리를 안았다.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26일 잠실구장. 두 투수의 운명이 극명히 엇갈렸다. SK 선발 투수 세든과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다.
세든은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8회까지 안타 4개만을 내준 채 사사구 하나 없이 삼진만 1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문선재, 정의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팀의 0-1 끝내기 패배를 허무하게 지켜봐야 했다.
반대로 봉중근은 0-0으로 맞서던 9회초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대타 정상호를 상대한 봉중근은 초구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이닝을 마쳤다. 9회말 곧바로 LG의 끝내기 승리가 확정되며 승리투수는 봉중근의 차지가 됐다. 올 시즌 3번째, 통산 14번째 '1구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경기 후 양 팀 사령탑의 코멘트도 천지차이였다. 아쉬운 패배를 당한 SK 이만수 감독은 "할 말이 없다"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상대팀 좋은 투수를 상대로 집중력 있게 잘해줬다"며 "우리 선수들한테 매우 고맙다"고 전했다.
물론 봉중근이 잘 던졌기 때문에 공 1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승리까지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봉중근의 승리에는 다분히 행운이 따랐다. 반면 세든은 잘 던지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세든의 성적은 8이닝 1실점. 여느 경기에서라면 승리투수가 되고도 남을 기록이다.
그러나 야구는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될 수 있고, 그렇지 않고도 승리를 맛볼 수 있는 스포츠다. 이날 LG와 SK의 경기가 그런 야구의 속성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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