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위력을 떨치고 있는 LG 트윈스의 불펜에는 오랜 세월 꿋꿋이 제 자리를 지켜온 두 노장이 자리하고 있다. 좌완투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류택현(42)과 이상열(36)이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의미있는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통산 최다 홀드 신기록이다. 중간계투로 뛰는 불펜 투수들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록이 바로 홀드. 불펜의 스페셜리스트로 오랜 시간 뛰어온 류택현과 이상열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치 있는 기록이다.
통산 홀드 1위 기록은 지난해까지 SK에서 뛰었던 정우람(28, 공익근무)이 갖고 있는 117홀드. 27일 현재 류택현은 109홀드, 이상열은 107홀드를 기록 중이다. 류택현은 권혁(30, 삼성)과 함께 역대 공동 2위에 올라 있고, 이상열이 바로 그 뒤에 위치해 있다.
올 시즌 류택현과 이상열 모두 나란히 3홀드씩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좋지 않다. 류택현이 6.75, 이상열이 5.19다. 하지만 두 선수의 가치는 단순한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류택현, 이상열은 LG 불펜의 왼쪽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같은 존재다. 현재 LG 불펜 요원 중 좌투수는 신재웅까지 총 3명 뿐이다. 하지만 신재웅은 선발과 롱 릴리프를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를 좌완 요원은 류택현, 이상열 둘 뿐이라는 이야기다.
정의윤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1-0 짜릿한 승리를 거둔 26일 SK와의 경기에서는 두 선수의 가치가 확실히 드러났다.
이상열이 먼저 0-0으로 맞서던 5회초 1사 만루에서 좌타자 박정권의 타석 때 구원등판했다. SK 벤치가 우타자 조성우를 대타로 냈지만 이상열은 멋지게 스탠딩 삼진을 잡아낸 뒤 마운드를 이동현에게 넘겼다. 이동현까지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LG는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음은 류택현 차례. 이동현이 3이닝 무실점으로 든든한 피칭을 펼친 뒤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류택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좌타자 박재상의 타석이었기 때문. 류택현은 박재상을 3구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여전히 0-0의 팽팽한 긴장감 속 한 명이라도 출루시킨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던 상황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해냈다.
이제 정우람의 홀드 기록에는 류택현이 8개, 이상열이 10개 차로 접근했다. 꾸준히 1군 무대에서 활약한다면 올 시즌 내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특히 올 시즌 LG의 마운드가 예상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홀드 기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류택현, 이상열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는 두 선수 모두 한 번씩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다. 류택현은 팔꿈치 부상으로 LG에서 방출된 후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자비를 들여 수술, 재활의 길을 선택해 지난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상열 역시 지난 2009년 이후 히어로즈에서 방출되는 쓴맛을 봤다. 그러나 2010년 LG에 입단한 뒤 팀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자리잡아 FA 계약까지 맺었다.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팀을 두 번이나 옮기는 고생도 있었다.
27일 현재 LG는 팀 평균자책점 2위(3.79)에 올라 있다. 팀 순위는 공동 6위에 그치고 있지만 마운드의 힘이 있어 반격의 기회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그리고 그 안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두 좌완 노장이 있다. 그들이 도전하는 홀드 기록은 수 년간 축적된 노력의 산물이자 빛나는 훈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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