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이근호(상주 상무)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전반 18분의 악몽'이다. 전반 18분 이근호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됐다. 이근호는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빗맞은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완벽한 찬스를 완벽히 놓친 것이다.
한국이 상대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했고 월드컵 본선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결정적 찬스를 놓친 이근호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한국의 골결정력 부족을 모두 이근호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우즈베키스탄전 전반 18분의 그 장면 하나로 이근호는 비난의 아이콘이 됐다.
13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만난 이근호.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날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그 때의 악몽같은 일이 다시 생각나고 그 때의 아쉬움이 이근호를 괴롭히고 있다.
이근호는 전반 18분 당시를 떠올렸다. "(손)흥민이가 잘 찔러줬다. 너무나 완벽한 찬스였다. 너무나 완벽하다보니 완벽하게 골을 넣고 싶었다. 골키퍼가 보였고 골대 오른쪽으로 차 넣으려 했다. 그래서 아웃사이드로 찼는데 빗맞았다. 빗물도 묻어 있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차라리 공을 잡고 안정적으로 찰 걸 그랬다. 그 장면이 너무나 아쉽다. 이후 계속 생각나 잠도 못 잤다."
아쉽고 억울하기는 하지만 이근호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당연한 것이고 그 비난으로 인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근호는 "팬들의 비난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나도 느끼고 있다. 완벽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 더욱 악물고 있다. 비난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하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더욱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문제점도 찾았다. 그리고 해결책도 찾았다. 이근호는 "챌린지 리그에서는 여유가 있었는데 대표팀은 타이트하고 프레싱이 강했다. 그래서 내가 좋지 않았다. 한 템포 느렸다. 이런 문제점을 찾았다. 그리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더 빨리 풀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호는 이란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한 번만 더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근호가 이란전에 출전하게 될 것인지는 최강희 감독만이 알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근호는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근호는 "이번에 기대에 부응을 못했고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했다. 나에게 한 번만 더 출전 기회가 온다면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 이란은 강팀이다. 지난 원정 패배 설욕도 하고 싶다. 이란전 골은 없지만 도움은 있다. 그리고 장소가 지난 시즌 뛰었던 울산이다. 기대가 된다"며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했다.
이근호는 비난을 환호로 바꿀 수 있는 딱 한 번의 기회, 악몽을 떨쳐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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