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13일 사직구장 전광판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다. 롯데 2년차 내야수 김상호다. 그는 이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장충고와 고려대를 나온 김상호는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7라운드 지명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디. 고려대 시절 4번타자를 맡기도 했던 그는 중장거리포를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1군 출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진 않았다. 입단 첫 해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4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냈다. 9월 확장엔트리에 포함돼 1군 무대도 잠시 밟아봤다. 그러나 김상호가 뛸 수 있는 1루수 자리는 좁았다. 올해는 주전 박종윤 외에 베테랑 장성호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그런 김상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넥센전에서 데뷔 첫 1군 선발 출전을 한 것이다.
김상호는 이날 멀티히트를 쳤다. 첫 타석에서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려냈다. 김상호는 이승화의 적시타로 홈까지 밟아 추가점을 냈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2루타를 쳤다. 사직구장 한 쪽에서도 김상호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제법 크게 들린 순간이다.
하지만 김상호에겐 이날 경기 마무리가 아쉬웠다. 넥센과 3-3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연장 10회말 롯데는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1사 1, 2루 상황에서 김상호에게 타석이 돌아왔다. 안타 하나면 경기는 끝나는 상황, 김상호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김상호는 넥센 투수 송신영이 던진 6구째 힘차게 배트를 돌렸으나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갔고 병살타가 됐다. 롯데는 연장 11회말 터진 손아섭의 끝내기 안타로 4-3으로 이겼지만, 김상호에겐 앞선 10회 상황이 머리 속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정식선수와 신고선수 신분을 오간 이력이 있다. 신고선수로 퓨처스리그에서 땀을 흘려 정식선수가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김상호처럼 정식선수로 입단했다 신고선수로 밀려나는 일은 드물다. 올해 초 김상호는 신고선수 통보를 받았다. 1, 2군 엔트리가 모두 찼기 때문에 확실한 전력이라고 할 수 없었던 그가 제외됐던 것이다.
김상호는 신고선수 신분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다. 1년 전과 같은 상황이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불안했다. 신고선수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땀을 흘렸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43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2리 3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당연히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기다리던 1군 등록은 6월 1일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신고선수가 정식선수로 등록할 수 있는 날짜가 바로 그날이었다.
김상호는 이날 넥센전에서 병살타를 하나 치긴 했지만 2루타 두 개를 날려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언제든지 다시 2군 선수단이 있는 상동구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아직까지는 자리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그래도 롯데가 한창 진행 중인 세대교체 후보에 자신의 이름 석자는 올려놓은 셈이다. 롯데는 5월 들어 정훈, 신본기, 백민기 등 2군에서 올라 온 선수들이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팬들은 이들을 '상동키즈'라고 부른다. 김상호 역시 당당한 상동키즈 중 한 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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