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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제대로 신선한 '꽃보다 할배', 연륜은 축복이다


평균 나이 76세 할배들의 유럽 여행기

[권혜림기자] 내로라하는 명배우 4인이 한 명의 후배 배우를 짐꾼으로 기용해 유럽으로 떠난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브라운관에서 전혀 신선할 것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하나의 변수가 이 설정을 제대로 신선하게 만들었다. 네 배우의 평균 연령은 76세. 한 번 태어난 이상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나이'가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콘셉트를 제대로 신선하게 만들었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이야기다.

28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나영석 PD가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꽃보다 할배'는 80세 이순재·78세 신구·74세 박근형·70세 백일섭이 '짐꾼' 43세 이서진과 함께 유럽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젊은 방송인들이 주류를 이뤘던 예능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기획으로 화제를 모은 '꽃보다 할배'는 출연진들이 지닌 의외의 매력과 삶의 연륜이 가미돼 독특한 색깔의 웃음과 감동을 예고했다.

이날 본격적인 기자간담회에 앞서 상영된 티저와 예고 영상에서는 여전히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네 배우들과 '젊은 피' 이서진이 유럽 각국을 여행하는 장면들이 일부 공개됐다. 짐가방에서 소주를 꺼내는 신구의 모습이나 제자들이 선물해 줬다는 토끼 안대를 자랑하는 이순재의 순수한 표정이 시선을 모았다.

유럽 현지 에피소드 역시 남달랐다. 할배 4인방(H4)의 짐꾼이자 통역가가 된 이서진, 여행 경비 내기로 고스톱을 치는 4인방의 모습이 웃음을 안겼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에펠탑 광장의 운치를 즐기는가 하면 과거 자신의 CF 유행어를 차용해 "니들이 파리를 알어?"라고 말하는 신구의 모습도 폭소를 자아냈다. 이순재는 공항에서 자랑한 토끼 안대를 쓰고 풀밭에 누워 휴식을 청하기도 했다.

이서진의 합류 에피소드 역시 초장부터 안방극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 전망이다. 애초 제작진은 이서진과 사전 인터뷰에서 걸그룹과 유럽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이번 프로그램의 개요를 설명해 그를 캐스팅했다.

"(소녀시대의) 써니를 제일 좋아한다"며 웃어보인 이서진은 "(포미닛의) 현아와 여행 역시 재밌을 것 같다"고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출발 당일 공항에 도착해 걸그룹이 아닌 까마득한 선배 배우 4인과 여행을 떠나게 됐음을 알게 된 이서진은 16시간 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10년은 늙은 듯한' 지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해 고단한 여정을 암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영석 PD는 H4 멤버들이 지닌 각양각색의 특징들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은 늘 앞만 보고 달려간다. 어딜 가는지도 모르겠고 이야기도 안 하신다"고 말한 나 PD는 "대신 이순재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외국 문물을 보고 느끼려 노력하신다"고 입을 열었다.

신구는 나 PD의 눈에 "시크한" 인물이었다. 나영석 PD는 "말씀이 많지 않으신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미있고 재밌는 상황도 많이 만들어 주신다"고 덧붙였다. 서열 3위 박근형은 '꽃보다 할배'의 분위기 메이커다. 막내 백일섭이 떼를 쓰는 상황에서도 이를 조율할 줄 아는 인물이 그였던 것.

나 PD는 "박근형 선생님은 어른과 막내 사이에서 조율을 맡아주셨다"며 "드라마 속 이미지와 달리 로맨티스트다. 늘 사모님과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하시는데 이모티콘으로 하트와 '사랑해'를 자주 쓰신다. 드라마 속 모습과 다른 면을 보여준다"고 기대를 높였다.

H4의 막내 백일섭은 나 PD에게 "문제적 인물"이었다. 나 PD는 "방송을 통해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웃으며 덧붙인 뒤 "유쾌한 분이시다. 막내로서 투정도 부리지만 장난도 치시고 가장 많은 사건을 만들어 내셨다. 여행에서 재미의 중심을 담당한다"고 알렸다.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 배우들의 예측 못할 행동과 의외의 이미지를 공개하며 웃음을 선사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십 년 간 한 길을 걸으며 삶의 결을 만들어 온 이들의 여행은 즐거움 이상의 감동과 교훈을 안길 전망이다.

따가운 햇살 아래 이순재의 얼굴에 스프레이 선블록을 뿌려 주는 박근형의 모습은 약 50년 간 둘 사이에 쌓인 남다른 애정을 짐작케 했다. 이순재의 눈에 혹여 스프레이가 들어가진 않을까 걱정하는 박근형의 세심함 역시 의외의 매력으로 비춰졌다.

예고 영상에서 짧게 공개된 백일섭과 신구의 침실 대화도 '꽃보다 할배'의 따뜻한 색채를 맛보게 했다.

신구는 백일섭을 향해 "우리가 젊을 땐 육십 먹으면 '꼰대들, 가야지' 했잖아. 우린 이제 꼰대를 넘었지"라고 말하며 조용히 웃어보인다. 이에 백일섭은 "어디 아픈 데만 없으면 좋다. 자식들이 안 아프고 다 살아 주면 더 바랄 게 없어"라고 답한다. '꽃보다 할배'의 트러블메이커로 활약할 것이라 예고된 백일섭이지만 삶의 소망은 평범한 우리네 부모님과 다르지 않았다.

나영석 PD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경우 인물을 가혹한 상황에 넣고 재미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배낭여행이 젊은이들에겐 낭만일 수 있지만 이 분들에겐 일생의 모험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기획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낭여행이라는 틀만 만들어 드렸다"며 "H4가 상황을 모험하고 헤쳐 나가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드린다"고 덧붙인 나 PD는 "의외의 모습, 재밌고 짠한, 감동적인 장면도 있다. 젊은 분들의 여행과는 또 다르다"고 말했다. "출연진이 50년 이상 친구이자 동료로 지내 온 분들이니 친구들끼리의 여행이라 봐도 재밌을 것"이라고도 알렸다.

'꽃보다 할배'는 오는 7월5일 오후 8시50분 첫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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