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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대표팀 막장 드라마, 주연 유럽파-조연 최강희


선수는 감독 겨냥해 조롱, 감독은 선수에 독설

[최용재기자] 막장 드라마가 유행인가보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인기리에 막장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특징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졌고, 축구팬들은 욕을 하면서 그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열기는 뜨겁다.

한국 축구 막장 드라마의 핵심 배경은 '트위터'다. 한 선수가 트위터에 감독을 겨냥해 가시 돋힌 글을 남기고, 감독은 그 선수를 향해 독설을 던지고, 그러자 다른 선수가 등장해 역시 트위터를 통해 감독을 향한 조롱의 글을 남겼다. 그야말로 막장의 막장이다.

◆주연 기성용의 등장

주연은 스완지 시티의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지난 6월 초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 7, 8차전에서 대표 제외된 후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것이 막장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대표팀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성용의 트윗글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최강희 감독을 겨냥한, 명백한 의도가 담긴 글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기성용은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교회 목사님의 설교 중 일부였다고 에둘러 논란을 피해가려 했지만 한 번 불붙은 논란은 식지 않았다.

기성용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는 크게 상관없다. 기성용이 최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본인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으면 됐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대표팀이 피말리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듯한 말을 일부러 남에게 알리고 강요할 필요는 없었다. 왜 자신의 트윗 글이 기사화 됐느냐고 불평할 수도 있다. 트위터라는 팬들이나 지인들과의 소통의 공간, 사적인 의사 소통의 공간에서 속엣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스타의 언행은 모든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고, 주요 소통 창구인 트위터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장소다. 스타들의 트위터 글에 언론이 관심을 갖고 기사화 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스타가 갖고 있는 영향력만큼이나 트윗글이 이슈가 되고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성용은 예전부터 트위터에 올린 글이 종종 기사화됐다. 기성용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글 역시 기사화되고 더 널리 알려질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글이기에 그 파장도 클 것이라 누구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기성용은 적절한(?) 시기에 주의를 끌 만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에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 전북 현대로 돌아간 최강희 감독이 기성용의 트윗글을 비판했다. 최 감독은 "비겁한 행동이다. 직접 이야기하라"고 기성용을 향해 독설을 던졌다. 막장 드라마의 열기는 더욱 치솟았다. 최 감독의 맞대응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기성용은 트위터 등 모든 SNS에서 탈퇴하며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종영시키려 했다.

◆윤석영의 지원사격

그런데 또 한 명의 새로운 '주연'이 등장했다. 기성용과 함께 공동 주연으로 떠오른 인물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윤석영이다.

최 감독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표팀 감독 시절을 돌아보며 선수들의 유형별 특징을 언급한 것이 보도가 됐다. 혈액형이 O형인 수비수보다 B형 수비수가 낫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석영이 트위터에 이영표, 김태영 등 역대 한국 대표팀의 대표적인 O형 수비수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누가 봐도 최 감독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윤석영 역시 혈액형이 O형이며 마지막 월드컵 예선 3연전에서 대표 제외된 유럽파 중 하나다.

최 감독의 혈액형과 연관된 수비수 이야기. 누가 봐도 '농담'이다. 최 감독은 위트 있는 농담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어떤 축구 감독이 혈액형을 보고 선수를 판단하겠는가. 그런데 윤석영은 최 감독에게 달려들었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마음에 깊은 골을 갖고 있었나 보다.

윤석영의 지원 사격으로 막장 드라마 시청률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윤석영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또 다시 트위터를 통해 "감독님에게 죄송하다"며 해명글을 올렸지만 이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유럽파 주연 두 명을 비난하면서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주인공들의 막장 행동이 도가 넘을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일부 팬들은 이들이 어린 나이에 유럽에 나가 유럽 문화를 접하다보니 멘탈도 유럽화 됐다며 비꼬고 있다.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감독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직접 말은 하지 못하면서 트위터로 애매하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이 찌질하다고까지 질타하는 팬들도 있다. 젊은 세대이니만큼 SNS를 활용해 자신의 뜻을 전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한국 축구의 주축이 되는 선수로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감독이라도 대표팀의 감독이었고, 처음 대표팀을 맡을 때 했던 한국을 8회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 물러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감독이었다. 축구 선배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했다. 감독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한국의 대표팀 감독이 그리 만만한가. 감독의 권한에 선수가 반기를 든다고 해서 멋있게 보이지 않는다. 대표팀이든 클럽이든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선수가 떠나야 한다. 선수로 인해 감독이 떠나는 팀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감독 하기가 어렵고 아무나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감독은 가장 크고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 것이다.

감독에게 반기를 들고 싶다면 그렇게 좋아하는 유럽에 가서 그 쪽 스타일대로 하는게 맞다.

◆조연 최강희 감독의 역할

드라마가 흥행되기 위해서는 주연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명품 조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대표팀 막장 드라마에도 명품 조연이 있다. 유럽파 주연들을 받쳐주는, 그들의 막장 행동에 불을 지핀 조연, 바로 최강희 감독이다.

최 감독의 언행 역시 경솔했다. 기성용을 향해 "비겁하다, 직접 말하라"라고 한 것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의도야 어떻든 분명 최 감독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한국 축구 문화 속에서 어떤 선수가 불만을 감독에게 직접 말할 수 있겠는가.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마음으로 품고 조용히 훈계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지, 언론을 통해 선수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

최 감독 역시 기성용에게 불만이 있다면, 스스로 말했다시피 기성용에게 직접 말했어야 한다. 그것도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말을 함으로써 이제는 모든 이들이 대표팀 내의 갈등을 알게 됐다. 기성용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나쁜 선수로 만들어 최 감독이나 한국축구가 얻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또 수비수의 혈액형 운운하는 것은 비록 농담이었을지라도 대표팀에서 탈락한 수비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에게는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최 감독의 발언 시기다. 왜 대표팀에서의 문제점을 지금 말하는 것인가. 불만이 있고 문제가 있었다면 대표팀 감독 시절 말을 하고 선수들을 훈계하거나 교육시켜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그 때 말하지 못할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는가.

지금 시점에서 대표팀 시절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누워서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표팀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했고, 대표팀을 하나로 만들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이 왜 나빴는지 지금에서야 털어놓는 것이다. 대표팀 내 유럽파와 국내파간 불화설을 이제야 인정하는 것이다. 또 지금의 발언은 꼭 대표팀 부진의 이유가 몇몇 유럽파들로 인한 것이었다는 핑계로 들릴 수도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당당히 말했어야 할 일이다. 지금 와서 말한다고 해서 좋아질 것은 하나도 없다. 더 나빠질 일만 남겼다.

축구팬들은 조연 최 감독을 향한 비난도 시작했다. 최 감독이 20대 어린 선수들과 설전을 벌이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감독이면 감독답게 넓고 깊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옹졸한 감독, 무능력한 감독이라고 격하시키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여전히 방영 중

이번 막장 드라마는 한국 축구가 역대 최대 위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껏 이런 일은 없었다. 감독과 선수의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다. 모두가 문제고 모두가 위기를 자초했다. 외적으로도 위기지만 내적으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다. 이번 막장 드라마로 한국 축구가 받은 상처는 너무나 크다.

이번 막장 드라마가 얼마나 더 막장으로 치달을지 팬들의 관심이 크다. 또 어떤 막장 주연과 조연들이 더 등장할지 기대도 크다.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막장 드라마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야말로 대박 드라마가 됐다. 이 드라마가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막장 드라마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것이다. 전개가 막장이었으니 결론이 훈훈한 명품 드라마로 포장되기는 힘들 것이다. 중독성 있는 막장 내용이다보니, 빨리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것이 서운할 팬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별로 득 될 것 없는 막장 드라마를 종영시키고, 뭔가 희망도 제시하고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드라마가 빨리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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