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는 전통적으로 왼손 투수가 귀한 팀이다. 붙박이 선발로 이름을 날린 투수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혹자는 "프로 원년 선우대영 이후로 두산의 좌완 선발 명맥이 끊겼다"고도 한다. 이랬던 두산이지만 올 시즌엔 선발로테이션에 한 명도 아닌 2명의 붙박이 왼손투수가 포함돼 있다. 재밌는 것은 이들의 활약이 극과 극이라는 데 있다.
◆유희관, 6년 만에 투수 타이틀?
올 시즌 웃을 일이 별로 없는 두산에 떨어진 복덩이다. 상무를 제대하고 올 시즌 1군에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그런 왼손투수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다소 유약해 보이는 인상, 빨라야 135㎞인 구속, 투수로선 작은 체격을 종합하면 당장 올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희관은 숨겨진 보석이었다.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칼날같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연신 잡아냈다. 풀타임 선발로 전환한 5월19일부터 등판한 7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를 5차례 기록했다. 7이닝 이상 던진 적은 4번이다. 특히 최근 5차례 선발 등판에선 한 번을 제외하고 매번 7이닝 3실점 이하 이상의 특급 피칭을 펼쳤다.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6일 잠실 삼성전에선 삼성 강타선을 농락하며 7.1이닝 6피안타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유희관의 가장 큰 강점은 공이 느리면서도 탈삼진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 69.1이닝 동안 삼진 48개를 잡은 그는 '닥터K'로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고비에서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 타자들은 그를 상대로 타율 2할3푼6리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25경기(69.1이닝) 4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60. 어느덧 규정투구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두산 투수 가운데 선발 투수 부문 타이틀을 따낸 선수는 2007년 리오스(다승-평균자책점 1위) 이후 전무하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유희관이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두산 투수로는 6년만의 영광을 노려 볼 만하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기량발전상(MIP)'이 한국에 있다면 유희관은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다.
◆'계륵'으로 전락한 올슨
반면 또 다른 좌완 올슨은 골칫거리다. 대안이 없어 쓰고는 있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올슨은 왼손 투수로서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게 야구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올슨을 상대해본 한 프로야구 감독은 "공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는 점에선 유희관과 비슷하지만 유희관과 달리 공 끝에 힘이 없고, 제구력도 불안하다"며 "솔직히 특출난 점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즌 36.2이닝 동안 볼넷을 23개나 허용했다. 피안타 38개로 이닝당 1개 이상을 얻어맞았다. 투수 평가의 척도인 WHIP(이닝당 출루허용)이 1.66으로 낙제 수준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이닝이라도 끌어줘야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올 시즌 8차례 등판 동안 6이닝 이상 던진 적이 2차례에 불과하다. 퀄리티스타트는 딱 한 번 했다. 6위에 처진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올리며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연승을 하다가도 올슨이 등판하는 경기에선 흐름이 끊긴다. 지난 7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올슨은 2.1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싹쓸이를 내심 노렸던 두산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진 탓에 허망하게 경기를 내줘야 했다.
코칭스태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김진욱 두산 감독은 "중간계투로 쓰려면 구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선발투수로 계속 기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5이닝 정도라도 꾸역꾸역 막아주는 게 그나마 낫다는 판단이다.
두산이 올슨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지난 겨울 니퍼트와 짝을 이룰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던 히메네스와 스프링캠프에서 테스트한 막시모 넬슨에 이어 3번째로 데려온 선수가 올슨이다.
외국인 선수를 또 교체한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거니와 시기상 쓸만한 선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 야구 관계자는 "물밑에선 계속 대안을 고민하겠지만 시즌중 용병 교체를 해서 성공한 팀이 얼마나 되느냐"며 "당분간 두산이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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