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방송사 ENG 카메라에도 빨간색등이 켜졌다. 김연경이 들어서자 취재진의 시선은 한꺼번에 쏠렸다.
김연경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해외이적'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고 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회견은 없었다. 김연경의 '입장'만 나열하는 자리였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는 회견 시작에 앞서 먼저 "오늘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김연경은 회견을 시작했다. 아니 발표문을 읽었다.
김연경의 얘기가 끝나자 소속사에서 고용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보충 설명을 했다. 김연경의 뜻은 분명했다. 기존 주장에서 달라진 내용은 크게 없었다.
흥국생명이 한국배구연맹(KOVO)에 대해 요청한 임의탈퇴선수신분은 부당하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지 못한다면 (임의탈퇴선수가 아닌) 은퇴선수로 처리를 해달라. 그리고 대한배구협회는 다시 한 번 믿을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연경은 회견 말미에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요구한 사항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 연맹과 협회에서 25일까지 전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연맹소속 선수로 뛰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은퇴하겠다'고 얘기했다. 초강수를 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질의응답 기회는 사전에 철저히 차단됐다.
인스포코리아 측은 "회견에 앞서 김연경을 비롯해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김연경의 주장이 명확하고 근거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양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회견 자리를 마련해놓고도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2012-13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김연경은 그동안 흥국생명 관계자와 두 차례 만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흥국생명 관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요청했었다"면서 "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자리가 성사된 적이 없다"고 했다.
계속된 불통이 사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했고 양측의 주장만 되풀이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날 김연경의 회견 역시 대화의 장은 아니었다. 적어도 회견 방식을 놓고 보면 그랬다. 김연경과 인스포코리아가 입을 모아 얘기하던 '소통'은 없었다.
회견이 끝나고 김연경은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은 "25일이 지나도 답변이 없을 경우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이냐"고 인스포코리아 관계자에게 물었다. 관계자는 "지금은 그 여부와 관련해 말 할 상황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충분한 대비와 준비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어느쪽도 모두가 좋은 쪽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김연경 선수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25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연맹과 협회가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답변을 할지 이제 공은 두 단체로 넘어갔다. 한편 흥국생명 역시 기존 입장에서 변한 건 없었다. 흥국생명측은 '(이적문제와 관련)김연경의 사과가 우선되야 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래저래 연맹과 협회는 고심거리 하나가 더 늘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