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뒤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두 가지 카드를 꺼냈다. 타순 변경과 4, 5선발 교체였다.
롯데는 후반기 첫 주중 3연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대전에서 만났고 타순 변화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이승화를 톱타자로 내세우고 전준우와 황재균을 중심타선에 배치했다. 그리고 체력부담이 큰 강민호를 하위타순으로 내렸다. 롯데는 한화를 제물삼아 전반기 막바지 당했던 5연패를 끝냈고, 3경기를 모두 쓸어담으며 힘을 냈다.
롯데 타선은 한화와 3연전에서 총 31안타(3홈런)를 기록했다. 그렇게 3연승 신바람을 내며 안방인 사직구장으로 왔고 SK 와이번스와 주말 3연전을 치렀다. 그러나 받아든 성적표는 1승 2패. 뭔가 영 찜찜한 결과였다.
한화전에서 화력을 뽐냈던 방망이는 SK와 세 차례 경기에선 27일 10안타를 친 걸 제외하고 두 번 모두 4안타로 묶였다. 그 두 경기에서 롯데는 SK에게 졌다.
4, 5선발 차례였던 26, 27일 SK전에는 각각 허준혁과 김사율이 선발 등판했다. 허준혁 카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허준혁은 3이닝 동안 6피안타(1홈런) 4볼넷 6실점(6자책점)하며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다음날 선발로 나온 김사율이 부상으로 자진강판했지만 4이닝 3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로서 가능성을 엿보였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타순이나 선발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바로 뒷문이다. 마무리를 맡고 있는 김성배가 이틀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27일 경기에서 4-3으로 한 점 앞선 8회초 등판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8회말 3점을 뽑아준 타선 도움으로 쑥스러운 첫 승을 따냈다.
김성배는 이어 28일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3-1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초 등판했다.
김성배는 출발은 좋았다. 박진만 타석에 대타로 나온 한동민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그러나 정상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 됐다. 이어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3루가 됐다. 이어 조동화와 9구 승부 끝에 몸에 맞는 공을 허용,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김성배는 최정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해 3-3 동점을 허용하며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급해진 롯데 벤치는 김성배를 내리고 이명우와 김승회를 잇따라 투입해 급한 불을 끄려했지만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대타 김성현의 내야땅볼 때 한 점을 내주고 3-4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김시진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 부진했던 정대현이 최근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중간계투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뒷문이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정대현은 이날도 선발 쉐인 유먼에 이어 3-1로 앞서던 8회초 두 번째 투수로 나와 4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실책과 폭투로 김강민을 3루까지 내보냈지만 실점없이 노련하게 위기를 넘겼다.
2점 차로 앞선 가운데 맞은 9회초 마지막 수비. 수순에 의해 마무리 김성배를 투입했지만 김 감독이 마음먹은 대로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연투 부담 때문인지 김성배는 구위가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블론세이브로 역전을 허용했다.
중간계투 요원이었던 김성배는 시즌 초반이던 지난 4월 23일부터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했다. 당초 마무리로 낙점했던 정대현과 김사율의 부진으로 불펜진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았던 김성배에게 마무리 중책이 맡겨졌다.
김성배는 어색할 수 있는 마무리 보직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20세이브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제몫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전반기 블론 세이브를 세 차례 기록했던 그는 후반기 들어 벌써 세 차례나 블론 세이브로 고개를 숙였다.
이는 연투로 인한 체력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 김성배는 23. 24일(이상 한화전) 27, 28일(이상 SK전) 이틀씩 연투했다. 체력적으로 힘들 여름철 무더위에 연투까지 이어지니 제 구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김성배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마무리투수라면 연투는 피할 수 없다.
김 감독은 부실해진 뒷문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롯데는 이번주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치르고 나면 주말 3연전을 건너뛴다. 따라서 두산전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치열한 중위권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이기에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다. 현재 순위는 두산이 4위, 롯데가 5위로 두 팀간 승차는 1.5게임이다.
롯데는 6월 중순이던 19일과 20일(18일 경기는 우천취소) 안방으로 두산을 불러 2연승를 거둔 기분좋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롯데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뒷문 안정이 시급하다. 김성배 외에 대안이 없다면 연투라도 피하게 해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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