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넥센은 마지막 9회초 맹추격에 나서 한 점 차까지 따라붙으며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2사 2, 3루 역전 기회에서 타석에 나온 김민성의 타구가 두산 우익수 민병헌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넥센의 4-5 패배. 염 감독은 아쉬운 마음에 그렇게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이날 넥센이 초반부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원인은 선발투수에게 있었다. 넥센은 앤드류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웠다. 밴헤켄이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썩 좋지않은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최근 등판한 두 차례 경기에서 무난한 투구를 보였기 때문에 염 감독은 그를 믿었다.
하지만 밴헤켄은 이날 5이닝 동안 99구를 던지며 5피안타 4실점(4자책점)했다. 안타를 많이 허용한 건 아니었지만 5개의 사사구가 빌미가 됐다. 밴헤켄은 이날 1회말부터 볼넷을 3개나 내주며 만루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1회는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이어진 2회말 한꺼번에 4실점했다. 선두타자 이원석에게 안타를 맞은 다음 곧바로 양의지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게 좋지 않았다. 보내기번트로 2, 3루가 된 다음에는 다시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로 몰리면서 흔들렸다. 이후 희생플라이와 연속 안타를 맞고 대거 4실점했다.
넥센은 이날 패배로 두산에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 17일 이후 111일만이다. 같은날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5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어느새 2.5경기차로 좁혀졌다. 추격 가시권에 들며 4강 유지를 안심하기 힘든 처지가 된 것이다.
올 시즌 넥센은 선전을 해왔다. 지난 6월 8연패를 당하며 큰 위기를 맞았고 선두권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3위 자리는 유지했다. 초보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의 꼼꼼한 매뉴얼야구가 팀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선발투수의 기본 임무 완수와 선취점이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두 가지가 잘 들어맞아야 매뉴얼야구가 더 빛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넥센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6일까지 12경기를 치러 6승 6패를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선발진이 들쑥날쑥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기는 경기에서도 상대에게 먼저 점수를 내주고 힘겹게 쫓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선발 원투펀치를 맡고 있는 브랜든 나이트와 밴헤켄은 최근 부침이 심한 편이다. 잘 던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편차가 크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리그를 치르기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염 감독은 "그래도 나이트와 밴헤켄을 대신할 선수는 없다"고 여전한 신뢰를 보였다.
넥센은 지난 시즌 올스타 휴식기 이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상반기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으나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치른 10경기에서 2승 8패로 미끄러지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염 감독은 당시 주루·작전코치를 맡으며 그 아픔을 직접 겪었다. 대부분의 넥센 선수들도 두 번 다시 그 때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순위가 4위까지 떨어진 지금이 선수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7일 두산전에는 나이트가 선발로 나선다. 만약 이번에도 넥센이 밀린다면 8일부터 안방인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와 4연전 동안 마운드 운영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두산에서는 나이트의 맞상대로 새 외국인선수 데릭 핸킨스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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