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호에 첫 발탁된 공격수 조동건(27, 수원 삼성)은 축구대표팀을 떠올리면 악몽 투성이다.
조동건은 성남 일화에 입단한 신인이던 지난 2008년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K리그 최초 신인으로 데뷔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렸고 이후 두 경기에서는 도움 2개를 해냈다. 당연히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었고 그 해 5월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요르단전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오른쪽 정강이 피로골절이라는 불의의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4개월 동안 푹 쉬어야 했다. 당연히 신인왕 경쟁에서도 멀어졌다. 2008년은 롤러코스터를 탔던 악몽의 한 해였다.
이후 조동건은 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수로만 평가됐다. 2009년 8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 대표팀 부름을 받아 후반 16분 이근호(상주 상무)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활약은 없었다. 그렇게 조동건은 대표팀에서 지워진 선수가 됐다.
그 사이 조동건은 2012년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입지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에 밀려 선발과 교체를 오갔고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시작한 조동건은 성남 일화와의 개막전에서 골을 넣더니 강원FC와의 2라운드에서는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포인트를 쌓기 시작했다. 빠른 패싱 축구를 구사하는 서정원 감독 체제에서 빛을 보는 듯했다.
불운하게도 또 다시 부상이 조동건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쇄골 골절이었다. 4개월의 재활이 필요한 중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격진 약화로 울고 있던 수원 입장에서는 최악의 뉴스였다.
수원 관계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나섰던 선수다. 가장이자 지난해 10월 태어난 아들을 위해서 새 시즌을 잘해보겠다며 늘 구단 프런트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던 선수였다. 그래서 부상이 너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조동건은 라돈치치, 스테보 등 외국인 공격수가 떠나간 수원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2골 1도움 맹활약을 했다. 대표팀 합류 직전인 지난 11일 경남FC와의 22라운드에서는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수비수 뒷공간으로 빠르게 빠져 나가며 동료의 패스를 받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이 왜 그를 발탁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조동건의 동선은 홍 감독이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좌우 날개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빠른 패스를 연결하면 볼의 궤적을 따라가며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곧바로 슈팅을 이어갔다. 공격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상대 수비를 현혹하기도 했다.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도 뽐냈다.
14일 페루와의 친선경기를 앞둔 조동건은 "죽기 살기로 나설 생각이다. 내 움직임을 최대한 살려보겠다"라며 한 번의 기회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전했다. 누구와 부딪혀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마음도 다잡았다. 아내와 아들을 늘 가슴에 담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그는 "홍 감독님이 내 움직임을 높게 평가하신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것임을 강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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