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16일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기다려왔던 시즌 23호 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3-0으로 앞서고 있던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왔다. 넥센 벤치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한 방을 기대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롯데 네 번째 투수 이상화가 던진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을 향해 쭉쭉 날아갔고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넥센 4번타자의 호쾌한 홈런이 터져나온 장면이었다.
시즌 23호를 기록한 박병호는 홈런 부문 공동 1위를 이루고 있던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최정(SK 와이번스)을 제치고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넥센은 이날 박병호를 포함해 강정호, 문우람, 유한준까지 홈런 손맛을 보며 롯데를 6-1로 제쳤다.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과 타점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LG 트윈스 시절 거포 기대주로 꼽혔지만 늘 한계에 부딪히곤 했던 그다. 그러나 2011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한 뒤부터 마음껏 가진 기량을 뽐내고 있다.
홈런왕 2연패에 도전하는 올 시즌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기록한 31홈런에 이제 8개 남았다. 그러나 정작 박병호는 이번 시즌만큼은 홈런왕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개인기록을 뛰어넘은 간절한 소망은 바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박병호와 가을야구는 그 동안 인연이 없었다. LG 시절도 그랬고 넥센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넥센은 전반기 좋은 성적으로 기대를 높였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팀 성적이 하락하며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한번 가을야구에 도전할 기회가 찾아왔다. 넥센은 이날 롯데에게 승리를 거두며 4위를 유지하면서 5위 롯데와 승차를 4게임으로 벌렸다.
염경엽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넥센이 '현상유지'에만 성공한다면 팀 창단 후 처음으로, 그리고 박병호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당당히 가을야구에 참가할 수 있다. 박병호는 "홈런왕에 대해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투수와 많이 상대하지 않아 투구를 지켜본 게 도움이 됐다"면서 "슬라이더를 던지길래 그 구종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 공도 슬라이더라면 치자고 마음먹었는데 딱 맞춰 그 공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운이 많이 따랐다"며 "사직구장 펜스가 다른 구장과 견줘 높은 편이기 때문에 넘어가지 않고 타구가 담장에 맞고 떨어질 줄 알았다"고 웃었다.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오는 법이다.
오랜만에 손맛을 본 박병호는 방망이가 달궈지면 몰아치기도 언제든 가능하다. 16일 넥센을 다시 만나는 롯데 마운드는 박병호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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