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9'가 들어간 나이에 결혼 등 가정의 대소사를 꺼리게 되는 이른바 아홉수. 스포츠 세계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각종 기록이 '9'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때를 뜻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도 어김없이 아홉수에 빠진 선수들이 등장했다. 투수들 가운데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LG 우규민과 KIA 양현종이다. 이들은 나란히 시즌 승수가 9승에 멈춰 있다.
먼저 우규민. 지난 2일 삼성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9승째를 달성한 우규민에게 '생애 첫 10승'은 어렵지 않은 과제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4경기에서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며 여전히 그의 승수는 9승에 그치고 있다.
15일 한화전에서 4.1이닝 4실점(2자책)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못 던진 것도 아니다. 8일 롯데전에서는 5.1이닝 3실점(패전), 21일 넥센전에서는 6이닝 2실점, 27일 넥센전에서는 5.1이닝 1실점(패전)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우규민에게 돌아간 것은 승리 없이 2패 뿐이었다.
양현종은 더하다. 6월20일 한화전에서 구원승으로 일찌감치 시즌 9승째를 챙겼다. 지난 2010년 16승을 따낸 이후 3년만의 '10승 복귀'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3차례 오른 마운드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양현종은 사실상 올 시즌 마운드에 더는 오르지 못하게 됐다. 6월말 탈이 났던 오른쪽 옆구리에 다시 부상을 당했기 때문. KIA 구단과 선동열 감독은 내년 시즌을 위해 양현종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규민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지만 양현종은 끝내 아홉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윤성환(삼성)과 김진우(KIA)는 나란히 9승 달성 후 2연패 중이고, 옥스프링(롯데) 역시 9승 이후 3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장원삼(삼성)도 9승째를 거둔 뒤 3연패를 당하고 나서야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물론 아홉수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유먼(롯데), 배영수(삼성), 세든(SK), 나이트(넥센), 니퍼트(두산) 등은 큰 어려움 없이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유먼은 13승으로 다승 선두에 올라 있고 배영수와 세든은 11승으로 공동 2위다. 아홉수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다승 경쟁에서도 유리한 셈이다.
투수가 한 시즌에 10승을 거둔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단 1승 차이지만 9승 투수와 10승 투수는 느껴지는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 10승은 선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 아홉수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은 투수로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라고도 볼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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