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정신이 번쩍 들었죠."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박종윤은 지난 7월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시 롯데는 조성환, 장성호를 비롯해 김대우, 김상호 등 1루수로 나올 수 있는 자원이 1군 엔트리에 모두 포함됐다. 결국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박종윤이 엔트리에서 밀려나 2군 선수단이 있는 상동으로 가게 됐다.
박종윤에게 2군행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타구에 얼굴을 맞아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은 있었다. 그러나 한창 시즌을 치르는 도중 2군 통보를 받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대호(오릭스)가 롯데에서 뛸 때도 박종윤은 항상 백업 멤버로 1군 엔트리에 남아 있었다.
엔트리 정리 차원에서 코칭스태프가 내린 1군 엔트리 제외 결정이었지만 박종윤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는 "2군으로 내려갈 줄은 생각을 못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박종윤은 그 당시 타율이 2할5푼 아래까지 떨어져 있었다. 벤치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만큼 타격이 되지 않았다.
박종윤은 퓨처스(2군)리그 6경기에서도 타율 4푼6리(22타수 1안타)로 극히 부진했다. 그러나 김민호 2군 타격코치는 박종윤에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박종윤과 꼼꼼하게 따져봤다. 박종윤은 "타격폼과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고 얘기했다. 김 코치는 타격시 상체를 조금 더 세우라고 조언했다.
박종윤은 "그리고 타격할 때 타이밍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타이밍을 짧게 가져가면서 투수가 던진 공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길게 타이밍을 맞추기로 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면서 그 타이밍을 적용했다. 그러나 안타는 단 한 개만 기록했다.
김 코치는 "당장 나오는 기록에 신경 쓰지 말라"고 다독였고 박종윤도 그렇게 따랐다. 안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타이밍을 늦추는 스윙을 몸에 밸 수 있게 했다.
박종윤은 6일 다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곧바로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1루수 겸 5번타자로 출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4타수 무안타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KIA전서 안타를 치며 조금씩 타격감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선 4타수 3안타를 쳤다. 박종윤이 3안타 이상을 친 건 5월 25일 목동 넥센전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에 띄게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진 않았지만 꾸준히 안타를 쳤다. 그는 7월 한 달 동안 타율 2할5푼에 그쳤지만 8월 1군 복귀 후 30일까지 출전한 19경기에서 2할8푼4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기록한 2할9푼5리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월간 성적이다.
박종윤은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1안타를 쳤다. 그러나 그 안타가 바로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터진 만루홈런이었다. 박종윤의 한 방으로 롯데는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의 시즌 10승과 팀 승리를 모두 이끌어낸 천금같은 홈런이었다.
박종윤은 앞선 20,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5안타를 치며 방망이 예열을 했다. 29일 한화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결국 한 건을 해낸 셈이다. 그는 "2사 만루였기 때문에 상대 투수가 공격적으로 공을 던질거라고 예상했다"며 "그래서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릴려고 했다"고 만루포룰 친 상황에 대해 말했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특히 박종윤이 잘 쳐내는 몸쪽 낮은 코스가 아닌 높은 공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긴 홈런이라 의미가 크다. 박종윤은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뒤인 지난 시즌부터 15홈런 80타점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아직 그 목표에 도달한 적은 없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국 2할5푼7리 9홈런 47타점에 머물렀다. 전반기와 견줘 후반기에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고 경기 중 당한 뜻밖의 부상도 부진 이유 중 하나였다.
박종윤은 올 시즌 30일 현재까지 타율 2할6푼2리 5홈런 50타점을 기록 중이다. 손아섭(55타점)에 이어 팀내 타점 2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과 견줘 이미 더 많은 타점을 뽑아냈다. 남은 경기에서 분발한다면 목표로 삼았던 수치에는 모자라지만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점(2010시즌 51타점)은 물론 최고 타율(2011시즌 2할8푼2리)도 충분히 욕심내볼 만하다. 박종윤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갈수록 롯데는 순위경쟁에서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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