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3 K리그 클래식 스플릿리그가 오는 7~8일 시작한다. 상위 스플릿은 우승 경쟁으로, 하위 스플릿은 강등 탈출 경쟁으로 뜨거울 전망이다. 승점 차가 적어 매경기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가 예상된다.
그런데 A매치 기간에도 리그 경기가 편성되는 강수를 뒀다. 6일 한국 대표팀이 아이티와 평가전을 치른 후 곧바로 주말 상, 하위 스플릿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10일 크로아티아전 다음날인 11일에도 28라운드 일정이 잡혀 있다.
10월 A매치 데이인 12일 브라질, 15일 말리전 기간에는 그나마 정규리그가 편성되어 있지 않다. 브라질전은 공식 A매치 데이인 11일이 아닌 12일에 치른다. 12일에 K리그를 편성하려고 했던 프로축구연맹은 9일로 리그 경기를 당겼다. 브라질전이라는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덕분에 홍명보호는 10월 10일 소집돼 12일에 경기를 치른다.
11월에는 15일과 19일이 A매치 데이다. 그런데 16~17일에 K리그가 그대로 배정됐다. 11월 A매치는 유럽 원정 평가전이 유력해 국내 리그 일정을 잡았다. 만약 국내에서 A매치가 열리더라도 K리그 클래식은 12월 1일에는 리그 일정을 종료하고 4, 7일 강등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A매치 기간에도 리그 경기를 편성했다.
당초 대표팀의 11월 유럽 평가전은 K리그 구단들이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일 시기이기 때문에 국가대표에 주요 선수를 내주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서도 스플릿 일정을 놓고 격론을 벌였던 프로연맹과 구단들은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일정 등을 모두 고려해 홈 앤드 어웨이의 리그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빡빡한 K리그 일정상 A매치 기간 리그 경기 편성이 불가피했다.
전임 최강희 대표팀 감독 시절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를 위해 대표선수의 차출규정 일수를 늘려주며 11월 A매치 데이를 국내에서 치르는 쪽으로 구두 합의를 봤다. 그럴 경우 선수 활용에 유연성이 생길 수 있어 구단들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명보호 출범 후 국내파와 해외파의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 절실한데다 많지 않은 A매치 데이 활용, 원정 평가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프로연맹과 구단들이 또 다시 대표팀에 편의를 봐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홍 감독은 K리그 일정을 고려해 해외파 중심의 선수 선발로 K리그를 배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상당수 국내파 선수들의 대표 차출을 피할 수는 없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 아니냐"라며 한 발 물러났다. 매번 홍명보 감독이 대표 차출과 관련해 직접 K리그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사이 축구협회는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국가대표급 선수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구단 입장에서는 이 문제는 난감함 그 자체다. 대표로 차출된 선수가 있는 A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매번 '대승적'이라는 단어로 포장을 해서 협조를 해주고 있지만 사실 불편한 마음이다. 11월 A매치도 국내 평가전으로 알고 있다가 원정으로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일언반구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언제까지 대승적으로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행정에 협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14개 구단의 상황이 모두 다르고 선수단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그래도 K리그와 국가대표 모두 잘 되자는 것이니 협조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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