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는 확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그가 완벽한 전술이었고 팀플레이에 녹아들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의 친선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레버쿠젠)이 두 골을 넣으며 홍명보호의 골 침묵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21분 하대성(FC서울)의 패스를 받은 뒤 미드필드 왼쪽에서 드리블을 한 뒤 수비수가 달려들기 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분데스리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손흥민식 골이었다.
3-1로 앞서던 후반 26분에는 이근호의 재치 있는 패스를 받아 아이티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깬 뒤 골키퍼까지 제친 후 오른발로 골을 넣었다. 순간적인 침투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또, 문전에서의 침착함도 돋보였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에게 사실상 풀타임 출전의 기회를 줬다. 홍 감독은 "경기 전에 본인이 교체를 원하기 전까지는 빼지 않겠다고 말해줬다"라고 전했다. 아이티를 상대로 손흥민의 경기력과 활용법을 찾겠다는 뜻이었다.
손흥민은 아이티전을 제외하고 A매치 16경기를 소화했지만 확실하게 제 기량을 보여준 경기는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의 경우도 후반 36분 교체로 나서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지만 골 이전까지의 과정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골은 넣었지만 개인기 중심의 플레이를 펼쳐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성향 때문이었다. 전임 최강희 감독은 "아시아권 국가들은 수비 중심의 플레이를 펼친다. 공간을 내주거나 치고받는 경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손흥민 활용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선발 기회를 얻은 우즈베키스탄, 이란전에서는 침묵했다.
홍 감독 역시 아이티전을 앞두고 손흥민이 팀플레이에 녹아들기를 바랐다.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 손흥민을 선발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번 아이티전이 홍 감독과 손흥민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에 활용법에 대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볼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두 골로 만족스러웠지만 홍 감독은 냉정했다. 그는 "(골을 넣은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지만 주변에서 받쳐주는 선수들이 좋았다고 본다. 그동안 대표팀에 오면 많은 시간을 출전하지 못해 더 많은 시간을 줬다. 수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라고 장, 단점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홍 감독의 표현대로 손흥민의 골 장면은 주위 동료들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근호(상주 상무)가 상대 수비를 압박해 볼 전개를 막았고 하대성(FC서울)의 빠른 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돼 첫 골이 됐다. 손흥민이 드리블을 해 슈팅을 할 때 이근호는 수비수 두 명의 시선을 뺏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열어줬다.
두 번째 골 장면은 아이티 선수가 한 명이 퇴장당해 머릿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의 과감한 돌파 뒤 이근호가 볼을 뒤로 흘렸다. 패스를 받고 단독 찬스를 얻은 손흥민은 화려한 개인기로 골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심판의 다소 애매한 판정으로 아이티의 이브 데스마레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한 뒤 상대가 심리적으로 무너진 상황이라 손흥민의 경기력을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려운 장면이었다. 서로 치고 받았던 전반의 손흥민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팀플레이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수비에 열심히 가담하려고 애썼지만 공격 시에는 여전히 무리하게 볼을 끌다 공격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의 개인 기량은 좋았다. 하지만 볼을 가졌을 때 무리하게 볼을 끄는 장면은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 개인이 팀 전술에 녹으려면 동료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이렇다 할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며 전반 종료 후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교체됐다. 그의 진정한 시험무대는 오는 10일 크로아티아전이 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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