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흔히 LA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범위가 넓은 LA 카운티(한국의 군(郡) 개념)를 흔히 지칭하는 장소다. 베벌리힐스, 산타모니카, 할리웃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근 유명도시들이 모두 망라된 행정구역이다.
단일 거주지로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국 교민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한국 야구 선수들과도 인연이 무척 깊다. 지난 1994년 청운의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넌 박찬호(은퇴) 이후 최희섭, 서재응(이상 KIA) 등이 이곳의 연고팀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류현진의 귀착지가 LA로 결정났을 때 "어쩌면 남부 캘리포니아와 한국인의 궁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빅리그 첫 시즌을 마친 현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LA는 류현진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다저스에 없어선 안 될 투수로까지 위상이 치솟았다. 시즌 14승 평균자책점 3.00으로 다저스 부동의 3선발로 입지를 굳혔다. 류현진은 이변이 없는 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 이어 포스트시즌서도 3선발의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류현진의 승승장구 뒤에는 LA에서의 초강세가 큰 역할을 했다. 시즌 내내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청명한 이곳에서 류현진은 유독 강했다. 30일(한국시간) 시즌 최종전 콜로라도전에 등판하기 전까지 7승3패 평균자책점 2.23이라는 특급 성적을 올렸다. 원정 평균자책점 3.69에 비해 다저스타디움 홈구장에만 나서면 성적이 크게 좋았다. 홈구장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내셔널리그 9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서는 날이면 LA의 한인타운에는 차량통행이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경기가 열리는 시각에는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교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류현진의 당당한 투구을 보며 일터에서 다시 힘을 얻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류현진 또한 LA라는 장소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가 거주하는 다운타운 아파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한인타운이 있다.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외로울 때 회포도 풀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최대한 잊게 해줘 투구 컨디션 유지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LA 시민들은 타 지역 사람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며 결과를 기다릴 줄 안다. 지금 당장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재촉하는 대신 최대한 여유를 갖고 지켜본다. 온화한 날씨와 휴양지라는 특성이 결합된 결과인데, 류현진의 성격과도 잘 들어맞는다.
때로는 야구가 잘 안 풀려도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최대한 여유를 가지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그는 가졌다. 언제나 경기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안다. 그가 빅리그 데뷔 첫 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데에는 이런 기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정규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은 이제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다저스의 3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한 그가 메이저리그의 '가을 무대'에서도 정규시즌의 위력을 이어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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