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팬들의 힘이 성남 일화를 살렸다.
성남 일화가 성남시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돼 살아남는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은 2일 오후 성남시청에서 성남 일화의 시민구단 전환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 일화 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신생팀 창단, 기업구단 유치, 성남 일화 인수 등 다각적 방안을 검토해 왔다"라며 "예산 투입이 되는 사업이라 (축구단 인수) 추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지난 2010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3년 간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 이 시장은 "모라토리엄을 극복하고 나면 가용 예산을 교육, 문화, 예술, 체육 분야에 집중 투입해 시민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라며 이런 약속을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민구단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며 "신규 창단에 버금가는 조치를 취하겠다. 중위권 팀들이 쓰고 있는 150억원 정도의 예산 중 스폰서 등으로 50억원을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에서는 60억원 정도의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성남 일화 축구단은 모기업 통일그룹이 재정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공중에 뜬 상태였다. 안산시에서 인수 의사를 밝혀 왔지만 스폰서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다 성남시에서의 인수 가능성이 계속되면서 유보적인 태도로 상황을 지켜봤다. 특히 자신있어 했던 한 스포츠 용품 업체의 스폰서 계획이 철회되면서 성남 구단의 안산행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런 가운데 성남시 축구연합회를 중심으로 궐기대회가 시작되고 구단 서포터들의 서명운동, K리그 각 구단 팬들의 연고이전 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요동쳤다.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도 이재명 시장에게 '시민구단 인수 후 창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통일교 색채 때문에 구단에 부정적이었던 지역 여론도 변화가 왔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이 될 요소가 있었지만 성남시의회 민주당협의회, 새누리당 성남수정당원협의회에서 지역 통합에 성남 구단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성남 축구단의 연고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급기야 1일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인 김태년(성남 수정) 국회의원이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처럼 시민조합원으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시민구단 전환 지지를 이끌어냈다. 때문에 시민구단으로의 전환 여부는 이재명 시장의 결단으로 넘겨졌다.
이 시장은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 그 중에서도 성남 일화에 오랜 관심을 가져준 팬들 때문이다"라며 성남 인수 결정에 팬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숨기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재명 시장이 고민을 거듭하다 시민구단으로 재창단 여론을 수용하기로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창단이 전개될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인수한다는 입장 자체를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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