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강윤구 '원포인트, 롱릴리프 상관없어'

[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 투수 강윤구는 목동구장 외야 좌측 펜스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는 불펜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강윤구는 지난 8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불펜 투구를 세 차례나 실시했다. '등판을 준비하라'는 벤치의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급히 마운드에 오를지 몰라 강윤구는 대기조답게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계속했다. 팀이 3-2로 리드하고 있던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드디어 강윤구가 한현희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넥센 벤치는 좌타자 오재원이 타석에 나올 순서가 되자 잠수함 한현희를 내리고 좌완 강윤구 카드를 꺼냈다. 강윤구는 벤치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했다. 오재원을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강윤구는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했다.

한 타자만 상대한 강윤구는 곧바로 마무리 손승락과 교체됐다.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한 셈. 그는 "사실은 조금 더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굳히기 수순에 돌입한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에게 뒷문 단속을 맡겼고, 강윤구는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제 임무를 다하고 물러난 강윤구에게 동료들의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다.

넥센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강윤구도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가을야구 첫 경험이다. 강윤구는 "불펜에서 느낀 기분은 정규시즌 때와 견줘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기분이 달랐다. 그는 "타자와 승부를 하기 전에 조금은 긴장됐다"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집중력에서 정규시즌과 차이가 났다. 그래서였을까.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평소와 달리 마운드에서의 세리머니 동작이 컸다.

강윤구는 "나도 모르게 동작이 크게 나왔다"며 웃었다.

9일 열린 2차전에서도 강윤구는 다시 원포인트 역할을 맡았다. 1차전과 같은 상황인 8회초 1사 1루였고 상대 타자도 또 오재원이었다. 등판 순서만 달랐다. 이날 강윤구는 선발 앤드류 밴헤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윤구가 오재원에게 당했다. 강윤구는 2구째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한 타자와 승부가 끝나자 강윤구는 다시 마운드를 손승락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강윤구는 1, 2차전에서 자신이 맡은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재미가 있다"며 "원포인트든 롱릴리프든 상관없다"고 했다.

강윤구는 올 시즌 김영민과 함께 팀의 4, 5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보직을 중간계투로 옮겼다. 대신 오재영과 문성현이 선발 자리에 들어갔다. 강윤구는 시즌 후반기 필승조 또는 선발이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2, 3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롱릴리프 역할을 주로 맡았다.

중간계투로 뛰면서 한 가지 깨달은 부분이 있다. 강윤구는 "선발 보직은 정말 하늘이 내려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중간계투가 힘이 더 든다"며 "선발로 뛸 때는 사실 이런 부분을 잘 몰랐다. 이제야 조금씩 계투진의 고충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윤구는 "나중에 다시 선발진에 합류하는 기회를 잡는다면 꼭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단 강윤구에게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주어진 임무가 더 급하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매 경기 나온다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넥센은 11일 열리는 3차전에는 오재영이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강윤구는 역시나 불펜 대기다.

9일 2차전에서 네 번째 투수로 나온 한현희가 26개의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3차전에서는 강윤구는 강윤구가 등판할 경우 한 타자가 아닌 좀 더 많은 타자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팀이 원하고 또 도움을 줄 수 있게 잘 던지는 게 내가 맡은 역할"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