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올 시즌 구원왕에 오른 넥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연속 실점을 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손승락은 8일 1차전에서 넥센이 3-2로 앞서던 8회초 2사 1루에서 강윤구에 이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최주환을 2구 만에 2루수 뜬공으로 잡고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9회에 발생했다. 김현수와 홍성흔을 나란히 2루 땅볼로 처리한 뒤 이원석과 정수빈(2루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3-3 동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9회말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이 승리를 거둬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손승락은 이날 블론세이브 후 승리투수가 됐다.
2차전에서는 0-0으로 맞선 8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오재일을 병살타성 땅볼로 유도했으나 1루 송구가 나빠 아웃카운트를 하나만 잡으면서 3루 주자의 홈인을 허용했다.
8회말 넥센 타선이 상대 폭투로 동점을 내 1-1을 만들었으나,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이 또 추가 실점을 했다. 선두타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정수빈의 희생번트 타구를 손승락이 잡아 3루를 체크하고 1루로 던진다는 것이 송구실책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이종욱이 홈으로 들어왔다.
손승락은 패전투수 위기에 몰렸으나 팀 타선이 또 도왔다. 넥센은 9회말과 10회말 연속 득점에 성공해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손승락도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굳게 믿었던 마무리투수가 연속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넥센 내 위기감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염경엽 감독의 손승락에 대한 신임은 변함없다. 손승락 스스로도 자신의 어깨를 믿고 있다. 그는 "1차전서 구위가 좋았는데 결과가 아쉬웠다. 이원석에게 던진 공은 실투였고, 정수빈에게는 로케이션이 잘못됐다. 좋을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경험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두 번째 등판은 8회 1사 상황이었다. 약간 힘들긴 했지만, 구위 문제는 없었다. 안타 없이 1점을 줬다. 삼진을 잡겠다는 욕심이 컸다. 야구를 시작한 뒤 1루 송구 실책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실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손승락은 송신영, 오재영과 현대 시절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그는 2006년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 출전해 1.1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7년 만에 맞은 가을 무대다. 손승락은 "정규시즌이었다면 (2차전 9회에) 3루를 포기하고 편하게 1루로 던졌을 것이다. 그런데 점수를 안 주고,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실책으로 이어졌다. 나부터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승락의 자신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위기설'에 시달릴 정도로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안타 2개 맞았다. 홈런 2개가 아니다. 볼넷과 실책 때문에 상황이 꼬였을 뿐이지, 내 구위는 전혀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지만 8회에 자주 등판해 '팔승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 9개 구단 마무리 중 한화 송창식(71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2.2이닝을 소화했다. LG 봉중근이 61이닝으로 뒤를 이었다. 정규시즌에 쌓인 피로감이 채 풀리기도 전에 극한의 압박감 속 포스트시즌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팀의 마무리라는 책임감이 손승락에게는 힘의 원천이다. 그는 "어렵게 잡은 기회다. 내 어깨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지겠다. 지금까지 던진 공인데, 이제 와 힘을 아낄 수 없다. 올해 남부럽지 않았던 구단 지원에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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