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도루를 잡을 때마다 정말 재미있더라."
최재훈이 없었다면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넥센전 '리버스 스윕'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두산의 새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최재훈의 성장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진다.
최재훈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백업 요원에서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최재훈의 강점은 공격적인 투수 리드와 함께 정확한 송구 능력이다. 최재훈은 주자의 도루를 잡아내는 총알같은 송구로 상대 공격 흐름을 수 차례 꺾었다.
16일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최재훈의 활약은 이어졌다. 두산이 1회초 2점을 내 2-0으로 앞선 1회말, LG 이병규(7번)에게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해 2-2 동점이 됐다. 선발투수 노경은이 흔들리며 다음타자 이진영에게 볼넷을 내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 때 정성훈 타석에서 최재훈이 이진영의 도루를 잡아내며 LG의 기세를 꺾었다. 최재훈의 도루 저지로 흐름이 끊긴 LG는 이후 추가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결과는 4-2 두산의 승리.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4연승 행진을 달리며 첫 판을 잡아내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전 최재훈은 "주자를 잡을 때마다 정말 재미있다. 이제 LG를 잡아야 한다"며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오늘도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두산은 선발 노경은(6이닝 2실점)과 홍상삼(3이닝 무실점) 두 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마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운드 소모가 컸던 두산으로서는 최상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1차전 승리투수로 MVP가 된 노경은도 배터리 호흡을 맞춘 최재훈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1회 홈런을 허용한 뒤 볼넷까지 내준 상황. 최재훈은 1회부터 마운드에 올라가 노경은을 진정시켰다. 노경은은 "타이밍을 끊어주려고 올라왔더라. (최)재훈이가 '형 하고 싶은 대로 해요'라고 말했다. 그 때 '직구가 안 들어가니 맞혀잡자'고 이야기했다. 그 흐름이 6회까지 갔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재훈은 "경기 후 긴장이 풀리면 바로 쓰러진다. 체력 소모는 정규시즌 3경기 정도 수준인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 경기의 무게감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경험이 최재훈에게 더없는 보약이 되면서 성큼성큼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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