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잔인한 승부차기의 승자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포항이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전북 현대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여 1-1로 비긴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포항은 대회 4번째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다 우승팀이 됐다. 전북은 4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년 연속 FA컵 정상에 오른 포항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포문은 전북이 열었다. 6분 레오나르도의 코너킥을 케빈이 헤딩슛하며 포항 수비를 흔들었다. 포항도 14분 박성호가 묵직한 슈팅으로 대응하며 골 기회를 엿봤다.
팽팽하던 전반 24분, 포항이 선제골을 넣었다. 왼쪽에서 연결된 스로인을 박성호가 헤딩해 뒤로 흘렸고 김승대가 잡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승대의 위치 선정이 너무나 좋았다.
전북은 긴 패스를 연결하며 빠른 만회를 노렸고 의도는 성공했다. 33분 레오나르도가 왼쪽에서 연결한 코너킥을 윌킨슨이 헤딩했고 뒤로 흐른 볼을 김기희가 뛰어들어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양 팀은 쉼없이 창을 찔렀지만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전북 최은성, 포항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에 잇따라 막혔기 때문이다. 전반 종료직전 포항 박성호의 헤딩을 최은성이 어렵게 손으로 쳐내자 후반 7분 신화용도 이규로와 레오나르도의 결정적인 슈팅을 선방했다.
양 팀은 선수 교체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전북이 후반 20분 티아고, 26분 서상민을 내세워 공격 속도를 올리자 포항도 27분 원톱 배천석을 투입해 전방에서의 기싸움에 밀리지 않도록 했다.
흐름은 한 골 싸움으로 흘러갔다. 간헐적인 공격이 오갔지만 소득이 없었다. 전북과 포항은 각각 36분 박원재, 41분 김태수를 넣어 수비를 강화하며 한 골 승부에 대한 대비를 끝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에서도 양 팀은 미드필드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골을 넣기 위해 애썼다. 상황이 빡빡하게 돌아가다보니 벤치에서의 항의도 잦았고, 결국 구두 경고를 받았던 포항 황선홍 감독이 전반 종료직전 퇴장 당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연장 후반 시작 후 전북은 이규로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자 마지막 카드로 전광환을 던졌다. 7분 레오나르도의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면서 양 팀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9분 케빈의 슈팅도 골대 위를 살짝 지나갔다. 포항은 11분 공격수 김은중으로 회심의 한 방을 노렸지만 역시 소용 없었다.
운명은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선축으로 나선 전북의 첫 번째 키커 레오나르도의 킥이 신화용의 손에 걸렸다. 포항 이명주의 킥도 최은성의 손과 오른쪽 포스트에 연이어 맞고 나갔다. 두 번째 키커에서 전북 케빈의 슛이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고, 포항의 신광훈은 왼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세 번째 키커 윌킨슨, 조찬호가 모두 성공시키고 네 번째 키커 티아고, 고무열도 넣으면서 승부는 마지막으로 흘렀다.
전북의 다섯 번째 키커 서상민이 골을 넣으면서 승부의 키는 김태수가 쥐었다. 넣으면 그대로 포항의 우승이었다. 김태수는 최은성을 속인 뒤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적지에서 포항의 극적인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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