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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영화제 조재현 "정치 러브콜 多, 내 당색은 애매"(인터뷰)


제5회 영화제서도 집행위원장으로 활약

[권혜림기자] "헤어도 메이크업도 안 했는데"라며 들어서는 조재현의 미소에선 에너지가 느껴졌다. 소탈한 맨 얼굴을 마주하니 배우가 아닌 영화제 실무자의 분위기가 물씬 밀려왔다. 드라마, 영화 촬영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업무까지, 보통 아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였지만 특유의 입담과 재치는 닳을 줄을 몰랐다.

지난 18일 제5회 DMZ영화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배우 조재현이 집행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개막했다. 올해는 경기도 파주가 아닌 고양시 일대에서 열려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호흡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열린 제4회 영화제에서 트레일러를 기획하고 직접 출연했던 조재현은 올해 영상을 직접 연출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와 실향민 할머니 부부의 모습을 담은 이 트레일러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영상의 말미, 북녘을 향해 앉은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시선을 모았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조재현은 "욕심을 좀 내 봤다"고 돌이켰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를 향해 "슬프지 않으시냐"고 물었고, 할아버지는 약 3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 중 일부 대사를 편집한 대목이 트레일러의 엔딩을 장식했다. "얼마나 집에 가고 싶으면 저러고 앉아 있을까. 빨리 통일이 돼야 할 텐데"라는 대사였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연기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스스로 검열을 하거나 식상함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거고요. 할아버지와 아침 겸 점심을 함께 할 때, 할머니 이야기에 목이 메시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기보다 너무 좋은 거예요. 드라마에서라면 할아버지는 밥을 다 못 먹고 내려놓으셨겠지만, 그 가슴아픈 상황에서도 밥을 한 그릇 더 드셨어요. 그게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많은 세월 동안 그 아픔을 달고 살았으니 한 공기의 밥을 더 드실 수 있었을 거예요."

지난해 기획한 트레일러와 올해 연출한 영상을 통해 조재현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결같이 하나의 주제, 소통이었다. 그는 "작년엔 취객의 모습으로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했었다"며 "사실 소통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언젠가 없어질 단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말을 꺼??다. 할아버지가 끄는 리어카 안 폐지들은 소통의 메시지를 담은 깨알같은 장치였다.

"리어카 안에 상징들이 있죠. '라이프'라는 잡지로 삶을, 깨진 화분으로 생명과 평화를 담았어요. 깨지고 멈춘 시계와 아이의 신발로 전쟁으로 짓밟힌 시간과 DMZ라는 공간을 그렸고 올해 이슈였던 남양유업 사태도 소품으로 담았죠. 전직 대통령들의 얼굴도 있어요. 세금 관련 문제에 얽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을 박스로 덮는 장면도 있고요."

조재현은 연기력과 스타성을 고루 지닌 흔치 않은 배우다. 중년의 나이에도 근사한 마스크는 그대로고, TV 드라마와 독립 영화, 연극 작업을 고루 오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독립 영화판에서 경험이 배우로서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수 차례 역설하기도 했다.

"상업적 보상이 있는 작업은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대가를 받게 되죠. 그 외 독립영화나 연극, 공공기관 다큐멘터리 등에 참여하는 것은 틀림없이 한 가지 이유 때문이예요. 스스로 보람과 의미를 찾는 거죠. 젊은 친구들 중에는 드라마와 영화로 이름을 알렸을 때 그런 작업에 발을 들이면 자신의 인기가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요. 바보같은 생각이죠. 독립 영화는 당연히 손님이 적은 작품인데…"

그러면서도 조재현은 "아끼는 후배라면 조언할 수 있겠지만, 내 지론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각자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는 "상업 영화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독립 영화 작업에선) 너무 준비 없이 자신을 선보이는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나는 인기의 기복이 적은 때에 와 있지만, 젊은 친구들에겐 여유가 부족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알렸다.

"예전에 영화 '해안선' 출연을 고민하던 장동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해안선'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거라고요. 당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잘 됐었는데, '해안선'으로 다시 뒤쳐지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 고민을 했겠죠. 심지어 '해안선'의 제작자가 제 친구였지만 '아예 관객이 안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네 가치는 빛난다. 스코어는 상관 없이, 여기저기 다른 콜이 많은데도 그 영화를 선택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어요."

영화제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조재현 위원장의 활약은 언급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올해 DMZ영화제를 빛낸 홍보대사와 개막식 사회자들의 명단엔 한번 더 눈길이 갈 법 하다.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김재원과 조윤희, 개막식을 진행한 박상민과 김규리는 현재 조재현과 함께 MBC 드라마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에 함께 출연 중인 이들이다.

조재현은 함께 촬영 중인 배우들과 함께 영화제를 소개하게 된 것을 두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 가능했다"며 "영화제 일은 보수가 적은 만큼 친하지 않은 배우에게 제안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돌이켰다. 김재원과 조윤희, 박상민과 김규리는 홍보대사와 개막식 사회자로 낙점되기 앞서 DMZ영화제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스캔들'의 김진만 PD와 조재현을 통해 영화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은 영화제 활동의 대가로 받은 개런티를 '스캔들' 팀의 회식비로 기증했다.

DMZ영화제의 주축으로 나선 지 어언 5년, 그의 행보에서 정치적 야망을 읽어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동시에, 조재현은 영화제를 주관하는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과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으로도 재임 중이다. "정치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수 없이 들어 왔을 질문을 다시 던졌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미안하지만, 없어요,(웃음)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을 맡게 된 것도, 영화제와 영상위원회 일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하다보니 이렇게 됐죠. '그 다음에는 뭘 해야지?'하는 계획은 안 해요. 연기자로서 계획은 할 수 있겠지만요. 내가 수락할 만한 제안이 오면 선택은 하지만 모르는 분야에선 선택하지 않아요. 하던 일과 관련이 있던 일이라면 이를 확장해 선택하는 건 맞죠. 갑자기 경기도 일을 하라면 하지 않겠지만 (영화제와 영상위원회 일을 한 뒤로) 지자체 행정감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알게 됐듯이요."

본업인 연기 분야에서야 두말할 것 없는 베테랑이고, 공익적 사업에도 두 발 벗고 나서왔으니 정치판에서 조재현의 이미지를 탐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는 "총선 때마다 러브콜은 많이 왔었다"면서도 "나는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 각각의 논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당색이 애매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주연을 맡았고 오는 2014년 1월 방영될 KBS 1TV 드라마 '정도전(가제)'을 현실 정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어설픈 진보나 나쁜 보수는 싫어요. 어설프거나 나쁜 건 뭐가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겠죠.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모두 평등하게 잘 하는 세상이라면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아요. 정도전이 꿈꿨듯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왕이 아닌 백성과 노동자, 서민이 중심인 세상이요. '정도전'을 준비 중인데 왕권 중심이 아닌 백성 중심의 세상, 이 시대에 가장 올바른 정치가의 모델을 이야기주는 것 같아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제5회 DMZ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열린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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