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단번에 경기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홈런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사령탑 대부분은 수비 실책을 가장 경계한다. 수비에서 실수 하나가 승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흔히 나오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두산 베어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수비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이다. 결정적일 때 터져나온 최재훈과 최준석의 홈런포, 유희관의 거듭된 호투 등이 물론 두산의 거침없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관문 통과의 요인들이다. 거기에다 탄탄한 수비력도 두산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를 잇따라 제친 원동력이 됐다.
두산은 외야뿐 아니라 내야에서도 촘촘한 수비망을 보이고 있다. 외야수비는 일품이었다. LG와 치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9회 좌익수 임재철과 우익수 민병헌의 정확한 홈송구와 포수 최재훈의 홈블로킹이었다. 중견수로 나섰던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도 명품수비였다. 3차전 8회초 LG 이병규가 친 2루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반박자 빠른 낙구지점 판단과 과감한 포구 결정이 실점 위기를 막는 멋진 수비를 이끌어냈다.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의 키스톤 콤비도 물오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호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실력은 여전했다. LG 타자들의 안타성 타구를 여러 차례 걷어내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의 수비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이 넘친다. 경기 중후반 이런저런 작전 상황으로 선수를 교체해도 전체 수비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에 맞춰 과감한 수비 시프트를 쓸 수 있는 힘도 수비력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한 점을 내주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 주자가 2루에 있다면 2루수와 유격수는 2루 베이스쪽으로 수비 위치를 좁힌다. 이럴 경우 2-3루와 1-2루 사이에 틈이 많이 벌어진다. 이런 부분은 좌익수와 우익수가 자리를 앞으로 당겨 커버를 한다. LG와 치른 3차전에서 임재철과 민병헌의 매끄러운 홈송구는 수비는 이런 시프트에 바탕을 뒀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있는 정규시즌 1위팀 삼성도 수비력은 역시 정상급이다. 두산을 맞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외야 수비력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야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주전 유격수와 2루수를 제외하고 두산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유격수 김상수는 지난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타격 도중 왼쪽 손에 통증을 느꼈다. 검진 결과 유구골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한다.
2루수 조동찬도 김상수에 앞서 지난 8월 13일 대구 LG전에서 수비 도중 타자주자 문선재와 부딪혀 무릎을 크게 다쳤다.
조동찬은 재활을 끝내고 한국시리즈에서 그라운드 복귀를 노렸다. 회복속도가 빨라 삼성 류중일 감독도 조동찬의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이 무산됐다.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삼성 코칭스태프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내야 수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키스톤 콤비의 주전들이 모두 빠진 삼성은 대체전력으로 한국시리즈를 맞게 됐다. 유격수는 정병곤, 2루수는 김태완이 나설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강명구가 2루수로 선발 출전할 수 있다. 정병곤과 김태완은 모두 지난 시즌이 끝난 뒤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선수들이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부분이 약점이다.
정병곤은 수비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김상수와 견줘 떨어지는 방망이와 주루 실력이 약점이다. 올 시즌 3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던 김상수는 주로 9번타순에 배치돼 타선의 연결고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병곤에게 그런 김상수의 역할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태완은 펀치력을 갖추고 있지만 역시 큰 경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겉으로는 태연하다. 김상수와 조동찬이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전력에서 빠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런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두산이 이미 넥센과 LG를 상대로 '경험의 힘'을 증명했다. 삼성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바로 실수다. 3연속 한국시리즈 정상 도전에 나서 누구보다 여유로울 것 같은 삼성이지만 큰 경기를 치러 본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내야를 꾸리게 된 것이 고민을 깊게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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