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6)은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로 불린다. 올 시즌이 벌써 12번째 포스트시즌 출전이다. 15년 프로생활 중 가을에 야구를 쉬어본 것은 딱 3번뿐이다.
타자 부문 각종 포스트시즌 기록도 홍성흔의 차지다. 통산 최다 안타(95개)를 비롯해 최다 루타(137루타), 최다 타점(40개)에 최다 병살타(10개) 기록까지 홍성흔이 보유하고 있다. 최다 경기 출장(93경기)에서도 1위 박진만(SK, 104경기)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이런 기록들은 홍성흔에게는 훈장과도 같다. 2009년 롯데로 팀을 옮긴 뒤에도, 올 시즌 친정팀 두산에 복귀한 뒤에도 가을잔치를 거르지 않은 홍성흔이다. 이는 어느 곳에 있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던 중 홍성흔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내가 두산에 복귀하면서 팀에 변화를 많이 일으켰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는데,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지만 이렇게 가을야구를 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결국 두산은 LG를 3승1패로 꺾고 삼성과 겨루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자신의 기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홍성흔은 "나도 노력했지만, 그만큼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인식, 김경문 감독님도 좋은 감독님들이셨고 로이스터, 양승호, 지금의 김진욱 감독님들이 나이 들었다고 (경기에) 넣었다 뺐다 했으면 이 정도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행운이라고도 생각한다"고 함께했던 사령탑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홍성흔의 남은 목표는 우승이다. 두산은 이제 지난 2001년 이후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까지 11번의 포스트시즌을 치른 홍성흔이지만 우승은 12년 전 경험이 유일하다. 올 시즌은 두 번째 우승반지를 낄 수 있는 기회다.
홍성흔은 "우승도 한 번 하고, 팀이 필요로 해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선수로 남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타격왕, 홈런왕 이런 것들이 아니다. 팀 성적이 먼저다. 저승사자는 감독-코치-고참 순서로 데려간다"고 개인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을 보였다.
오랜 경험으로 포스트시즌을 대하는 느낌도 달라졌다.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는 흥분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이제는 많이 차분해졌다는 것이 홍성흔이 말하는 스스로의 변화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베테랑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홍성흔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2할9푼(328타수 95안타) 8홈런 40타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1할4푼8리(27타수 4안타) 1타점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홍성흔에게 여전히 개인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옆구리에 가벼운 통증이 발생한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는 팀을 위해 그라운드가 아닌 덕아웃을 지키며 후배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잔뜩 움츠리고 있던 홍성흔의 방망이도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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