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승부처에서 대포 한 방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선제 홈런은 상대의 기세를 꺾을 수 있고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나온 이승엽(삼성)의 홈런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견줘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다. 매 경기가 결승전과 마찬가지여서 각 팀들은 최대한 실점을 줄이기 위해 투수력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지키는 야구'에 우선을 두는 부분도 많은 점수가 나오기 힘든 이유다.
이럴 때 터져나오는 홈런 한 방은 경기흐름과 승부에 큰 영향을 준다.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와 각각 치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대포 한 방의 힘을 톡톡히 봤다.
그 중심에 자리한 주인공은 최준석이다. 그는 정규시즌에서는 크게 돋보이는 활약이 없었다. 선발라인업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아 올 시즌 100경기에 나와 7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최준석은 거포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홈런 3개를 쳤다. 그 중 2개는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최준석은 연장 13회초 넥센 투수 강윤구를 상대로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활약이 이어졌다. 그는 LG와 4차전에서 2-1로 앞서고 있던 8회말 대타로 타석에 나와 상대 마무리 봉중근으로부터 역시 솔로포를 쳐냈다. 승부에 쐐기를 박고 LG의 추격의지를 꺾는 한 방이었다. 최준석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가장 인상적으로 도움을 준 셈.
삼성 최형우는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최준석보다 월등하다. 128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29홈런 타율 3할5리 98타점으로 중심타자 노릇을 확실해 해냈다. 이승엽이 부진해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중심타선을 최형우가 안정적으로 떠받쳤다. 최형우는 시즌 후반까지 박병호(넥센)와 홈런 부문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24일 오후 열리는 두산-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라인업어 어떻게 짜여질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준석과 최형우는 각각 팀의 4번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설령 4번에 배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둘은 중심타선에 포진할 것이 틀림없다.
최준석은 정규시즌에서 삼성을 상대로는 별 재미를 못봤다. 유독 약했던 롯데 자이언츠전 타율(1할6푼1리)보다는 높은 2할5푼9리를 기록했지만 13경기에 나와 홈런은 하나도 없었고 7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롯데를 상대로는 타율은 낮았지만 2홈런 8타점을 기록한 부분과 대비된다.
반면 최형우는 두산을 상대로도 잘 쳤다. 16경기에 나와 타율 3할4푼4리 21안타 12타점으로 제몫을 했다. 홈런은 4개를 쏘아올렸다. 최형우에겐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산이 그리 두렵지 않은 상대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전 승부는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정규시즌 성적이 그대로 이어지라는 법도 없다. 또한 한국시리즈 1, 2차전이 열리는 대구구장은 홈런이 나오기 쉬운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큰 것 한 방이 언제 누구에 의해 터져나오느냐가 시리즈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최준석과 최형우의 방망이가 충돌한다. '최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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