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우려했던 수비는 괜찮다. 이 정도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는 두산 베어스와 2013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전 유격수와 2루수가 모두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부상 때문이다. 2루수 조동찬이 먼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고, 유격수 김상수가 정규시즌 후반 역시 왼손 유구골을 다쳤다. 재활치료를 계속한 조동찬은 한국시리즈 출전 엔트리에 들기 위해 자체 청백전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친 무릎에 통증이 남아 있어 결국 가을야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삼성은 김상수-조동찬으로 이어지는 주전 키스톤 콤비 대신 이번 한국시리즈용 임시 키스톤 콤비를 꾸렸다. 정병곤과 김태완이 대체 전력이었다.
정병곤과 김태완은 백업 야수로 괜찮은 자원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 큰 승부 경험이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두 선수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삼성 전력의 아킬레스건으로 불안해진 내야수비를 꼽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정-김 콤비는 수비에서 김-조 듀오와 견줘 그렇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두 선수는 안정감있는 수비를 했다. 25일 2차전에서도 정병곤과 김태완은 변함 없이 제 자리를 지켰다.
김태완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산 이원석의 1-2루간 깊숙한 타구를 멋지게 잡아냈다. 안타성 타구였지만 김태완의 수비위치가 절묘했고 마무리 송구 동작도 좋았다.
이어진 상황에서 오재원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오재원은 도루를 해 3루까지 갔다. 1사 3루가 되면서 두산이 선취점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김태완의 수비가 다시 한 번 눈에 띄었다. 최재훈이 2루 땅볼을 쳤을 때 김태완이 이 공을 잡았다. 그는 1루로 공을 던지기 전 3루 주자 오재원의 위치부터 파악했다. 최재훈의 타구 속도가 느리지 않은데다 김태완의 순간적인 주자 견제로 오재원은 3루에서 발이 묶였다. 결국 두산은 후속타자 손시헌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먼저 점수를 뽑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는 두산의 5-1 승리였다.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삼성은 끝낼 수 있는 찬스를 잇따라 놓치는 등 공격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내주고 코너에 몰렸다.
삼성이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서야 할 3차전에서도 정-김 콤비는 유격수와 2루수 자리를 지켜야 한다. 1, 2차전에서 두 선수는 수비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문제는 공격이다.
부담이 많은 자리여서 수비가 우선이긴 하지만 둘의 방망이가 어느 정도는 살아나야 한다. 1, 2차전을 치르는 동안 두 선수는 하위타순에 배치됐다. 김태완이 7번, 정병곤이 9번타자로 나왔다.
둘은 1, 2차전 합계 10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삼성 타선이 1, 2차전 내내 부진한 가운데 정병곤과 김태완도 동반 침묵했다.
류중일 감독은 1차전에서 패한 뒤 "안타를 허용하지 말아야 할 상대 하위타순에게 얻어 맞은 게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두산은 9번에 배치된 유격수 손시헌이 홈런 포함 3안타를 치는 등 하위 타선이 분발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삼성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삼성은 키 플레이어가 돼줘야 할 이승엽이 찬스 때마다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는 등 제 몫을 못하고 있고, 4번타자 최형우의 방망이도 화끈하게 터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위타선 역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심 타선은 중심 타선대로 상대의 견제를 이겨내며 공격력을 살려내야 하지만 정병곤과 김태완도 방망이 침묵이 계속되면 김상수와 조동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김상수와 조동찬은 올 시즌 안정된 수비뿐만 매서운 방망이 실력도 뽐냈었다. 김상수는 타율 2할9푼8리 7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조동찬은 타율은 2할4푼으로 낮았지만 7홈런 25타점을 기록하는 등 나름 쏠쏠하게 활약했다.
타선에서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둘이 빠지자 삼성 타선은 전체적으로 헐거워졌다. 적어도 1, 2차전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정-김 콤비는 공격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병곤과 김태완은 3, 4, 5차전이 열리는 잠실구장이 대구구장보다 오히려 더 반가울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기 전에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LG 트윈스 소속이었다. 정병곤과 김태완이 익숙한 잠실구장에서 방망이에 불을 붙여준다면 삼성 타선에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두 선수의 공격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해야 할 정도로 2연패로 몰린 삼성의 처지가 절박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