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2013년,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방송사들은 '시청률 무한 경쟁' 속에도 단막극을 하나 둘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다양한 볼거리를 책임지고 나섰다.
오랜시간 외롭게 홀로 지켜온 자리, 이제는 친구들이 생겼다. 2010년 부활한 KBS '드라마 스페셜'은 최근 수요일 밤에서 일요일 밤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조한 시청률 탓이다. 제작비 절감에 제작편수도 줄었다. 하지만 단막극을 선보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MBC-SBS 잇따라 단막극 부활 계획 발표
'드라마스페셜'이 모진 풍파 속에도 단막극의 자존심을 세우자 MBC는 '드라마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합류했다. 2007년 '베스트 극장' 종영 이후 6년 만이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현대극부터 사극, 시대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SBS 역시 11월 첫 단막극에 이어, 내년부터 단막극을 정규편성 하겠노라 약속했다. SBS의 단막극 편성은 2004년 오픈드라마 '남과 여' 이후 10년 만이다.
단막극의 부활을 반기는 건 비단 시청자만이 아니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갈증을 느낀 드라마 PD와 작가,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신인 배우들 역시 돌아온 단막극이 반가울 터다.
특히 연출과 작가들은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을 통해 낯선 감수성을 훈련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100% 사전제작을 목표로 하는 만큼 편집 등 후반작업에 공을 들일 수 있고, 드라마의 완성도도 보장할 수 있다.
단막극은 때로 스타 작가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학교 2013'을 집필한 고정원, 이현주 작가, '직장의 신'의 윤난중 작가는 모두 단막극에서 능력을 갈고 닦았다. 현재 방송중인 '비밀' 역시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 수상작이자 최호철, 유보라 작가의 장편데뷔작이다. 이들은 '신인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흡입력있는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숨막히게 몰아붙이는 빠른 전개 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타급 연기자들, 혹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 밀려 기회를 놓쳐버린 신인 연기자들에게도 단막극은 새로운 돌파구다. 한편의 드라마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낯선 경험은 긴 연기인생에 큰 공부가 된다.
MBC 김진민 CP는 최근 '드라마 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단막극 론칭의 큰 목표는 새로운 연기자와 연출자, 작가진의 발굴"이라며 "단막극으로 배우들이 연기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KBS 드라마국 이강현 국장은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돌이켜보며 "새롭고 참신한 신인 작가와 연출자, 배우를 발굴했고, 각각 성장해 좋은 작품들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다"라며 "MBC, SBS 드라마 PD들도 단막극 편성으로 일부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시청률 위해 시간대 변경, 무료 다시보기 등 묘안
문제는 시청률이다. 늦은 밤 시간대 선보이는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해 MBC는 단막극 다시보기를 무료로 공개한다는 뜻을 밝혔다. "끊어진 단막극의 맥을 다시 잇기 위해서"(MBC 김진민 CP)다. 또한 질 높은 영상을 위해 UHD 콘텐츠로 전 과정 제작에 나섰다. 이를 위해 기존 방송장비를 대폭 물갈이했다.
KBS는 좀 더 많은 시청자들과 만나기 위해 시간대를 변경했다. 당초 '황금시간대'로 여겨졌던 수요일 밤 11시대는 오히려 단막극에게는 독이었다. 전보다 시청률은 확연히 떨어졌다. 동시간대 SBS '짝'. MBC '라디오 스타' 등 예능이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미니시리즈 이후 또 한편의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졌다. KBS 황의경 CP는 "수요일 밤 11시는 관심의 사각지대였다"며 "마니아들을 위한 시간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S 2TV '드라마스페셜'은 11월3일 밤 11시35분 김지석, 정소민 주연의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극본 김민정, 연출 황인혁)를 선보인다.
SBS는 11월2~3일 오후 9시55분 2부작 '낯선사람'(연출 남건)을, MBC '드라마 페스티벌'은 11월7일 밤 11시15분 6번째 단막극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극본 김현경 연출 김호영)을 각각 방송한다.
이제 남은 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다. 단막극의 부활은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수익성을 이유로 단막극 편성을 기피하는 방송사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이 먼저 단막극 시청에 앞장 서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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