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유희관(27)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막을 내렸다. 유희관은 혼신의 100구를 뿌리며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펼쳤던 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유희관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개막 전, 유희관이 리그 챔피언을 결정짓는 한국시리즈 7차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최고의 무대, 최후의 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이 한 경기로 우승이 가려진다는 중요성만큼이나 유희관은 신중한 피칭을 했다. 평소보다 투구 수가 많았던 것이 그 증거. 이날 유희관은 4.1이닝을 소화하며 100개의 공을 던졌다. 안타는 6개, 볼넷은 5개를 허용하며 2실점을 기록했다. 5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비교적 많은 주자를 내보냈지만, 유희관은 혼신의 투구를 펼치며 최선을 다했다.
1회초 두산 타선이 선취점을 뽑아줘 1-0의 리드 속에 1회말 마운드에 오른 유희관은 박한이에게 중전안타, 채태인에게 우중간 2루타,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유희관은 박석민의 희생 플라이로 1-1 동점을 허용했다. 1회말 유희관의 투구 수는 20개였다.
2회말 김태완의 내야안타, 정병곤의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를 다시 맞은 유희관은 배영섭을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2회말을 마치는데는 19개의 공이 필요했다.
유희관의 투구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3회말에서였다. 채태인의 내야안타, 최형우와 이승엽의 볼넷으로 2사 만루에 몰린 뒤 김태완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실점은 하지 않았으나 3회말 유희관은 무려 29개의 공을 던졌다. 3회말을 마치고 이미 유희관의 투구 수는 68개에 이르렀다.
4회말을 공 16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유희관은 5회말 박한이, 채태인의 연속안타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박석민을 좌익수 짧은 뜬공으로 처리한 후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5회말 16개의 공을 던진 유희관은 이날 투구 수 딱 100개를 채웠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핸킨스가 이승엽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김태완을 삼진, 진갑용을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켜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승엽의 적시타에 의한 실점은 유희관의 실점으로 기록돼 유희관은 2자책점을 안았다. 그렇게 유희관은 한국시리즈 7차전 투구를 마감했다.
올 시즌 유희관의 등장은 센세이션이었다. 지금껏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의 투수였기 때문이다. 빠른공 최고 구속이 130㎞대에 머물지만 유희관에게는 칼날같은 제구력과 위력적인 변화구가 있었다. 정규시즌에서 유희관은 41경기에 등판해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유희관의 활약은 눈부셨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차전에서 7.1이닝 1실점, 5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연일 호투를 펼쳤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에서는 3차전, 7차전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38(8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우승 여부를 떠나 유희관이라는 보물을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 큰 수확을 올렸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유희관의 갈 길도 멀다. 무명 투수 유희관의 성공 스토리도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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