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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 기획]'구' 이야기②口(입 구)-이재학·유희관, 입(口) 벌어지게 한 신인


나란히 '10승 투수'로 신인왕 후보에 이름

[정명의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여러 명의 선수들이 새롭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도 있게 마련. 새로 태어나는 스타들이 있어 그라운드를 떠나는 스타들이 남기는 쓸쓸함을 씻어낼 수 있다.

2013 시즌이 배출한 최고의 샛별은 이재학(23, NC)과 유희관(27, 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나란히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들이 올 시즌 신인왕 후보에 나성범(NC)과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은 당연한 결과다.

관심은 4일 오후 발표되는 신인왕의 영예를 누가 거머쥐게 되느냐로 쏠리고 있다. 나성범(타율 0.248 14홈런 64타점)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 신인왕 대결은 이재학과 유희관의 양자 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둘 중 누가 신인왕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올 시즌이다.

◆'아기공룡' 이재학, 신생팀 NC의 역사가 되다

올 시즌 이재학이 보여준 활약은 곧 신생팀 NC의 역사였다. NC의 1군 첫 승리, 첫 완투 및 완봉승의 기록이 모두 이재학의 손에 의해 수립됐다. 이제는 NC의 1군 무대 데뷔 시즌에서 첫 신인왕에 도전하는 이재학이다.

이재학은 신인왕으로서 손색없는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이재학의 성적은 27경기 등판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이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팀 동료 찰리(2.48)에 이어 전체 2위다. 국내 선수들로만 따지면 당당히 1위.

지난 2010년 두산의 2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이재학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2011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팔꿈치 부상을 털어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 이재학은 당당히 NC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투구 시 팔 높이를 높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사이드암에서 스리쿼터 스타일에 가깝게 투구 폼을 바꾸면서 구위가 살아난 것. 여기에 좌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까지 장착해 무서운 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 이재학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28)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215) 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선발로 승승장구하다 팀 사정상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것. 하지만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결국 이재학은 다시 선발로 복귀했고, 제 옷을 입었다는 듯 다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10승 달성 과정도 쉽지 않았다. 9월13일 한화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9월19일 롯데전 7이닝 1실점, 9월25일 넥센전 7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재학은 마지막 등판이던 10월1일 넥센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극적으로 1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이재학도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시즌 내내 "마음을 비웠다"며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신인왕을 차지할 경우 팀에는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NC가 신생팀으로서 신인왕을 배출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 두산의 좌완 잔혹사 끊었다

유희관의 등장은 신인왕 경쟁을 떠나 올 시즌 프로야구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최고 구속 140㎞가 되지 않는 공으로 상대 강타자들을 누르는 모습 때문이었다. 올 시즌 전부터 유희관은 평소 "내 주무기는 135㎞짜리 직구"라고 말해왔다.

올 시즌 유희관은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총 5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15(29.1이닝 자책)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철저한 무명 투수에서 한국시리즈 7차전 선발을 맡을 정도로 눈부신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간 유희관이다.

유희관의 주무기는 스스로의 말처럼 직구, 그리고 체인지업이다. 직구의 구속은 130㎞대에 머무르지만 칼날같은 제구력에 공 끝이 묵직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도 일품. 좌완이면서도 좌타자(0.332)보다 우타자(0.221) 상대 피안타율이 훨씬 낮은 이유는 바로 이 체인지업에 있다.

유희관의 무명 생활은 두산에 입단한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총 21경기 26.2이닝만을 던진 유희관은 상무에 입대,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입단 후 5년 이내 30이닝 이하 투구를 기록했기 때문에 유희관은 늦깎이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5월4일 LG를 상대로 시즌 첫 선발 마운드에 올라 5.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유희관은 "(신인왕) 자격이 되는 것은 알지만 욕심은 없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던지면 결과가 따라올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유희관은 9승을 더 따내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즌 10승을 채웠다.

그러나 여전히 유희관은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버린 상태다. 심지어는 스스로 경쟁자 이재학의 수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할 정도다. 유희관은 신인왕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올 시즌 자신의 성적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유희관은 어쩌면 신인왕보다 더 가치 있는 기록을 남겼다. 두산의 좌완 잔혹사를 끊어낸 것이다. 유희관의 10승은 지난 1988년 윤석환(13승) 이후 무려 25년만에 나온 두산의 국내파 좌완 투수 10승 기록이다. 두산에 있어 유희관은 20년 넘게 이어진 좌완 10승투수 부재의 고민을 단번에 씻어준 보배같은 존재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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