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숙제, 만만치 않다(종합)

[이성필기자] 중원 구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확인하게 된 홍명보호다.

축구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스위스와 친선경기를 치러 1-1로 비겼다. 전반 미드필드에서 밀리며 애를 먹었지만 후반 역동적인 움직임과 조직력으로 스위스와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선덜랜드)을 축으로 파트너에 장현수(FC도쿄)를 내세웠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김보경(카디프시티)를 배치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박종우(부산 아이파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기성용과 장현수는 과거 한두 번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어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는 다소 어색함을 보이며 막는데만 급급했다.

당연히 기성용이 홀로 공수 조율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브라질-말리와의 평가전에서 강한 피지컬과 활동량을 앞세워 청소부 역할을 하며 합격점을 받았던 것과 비교됐다.

전반 6분 실점 과정이 그랬다. 이 용(울산 현대)의 패스를 받지 못한 장현수는 수비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면서도 카사미의 슈팅을 방해하지 못했다. 이 용의 패스 실수가 더 커보였지만 뒤에서 뛰어오는 과정이었다. 몸싸움이라도 해서 슈팅 방향을 조금이라도 틀어지게 만드는 수비요원의 덕목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스위스의 높이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였다며 장현수를 칭찬했지만 압박을 견디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보경은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 창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대 패스를 자르는 능력은 좋았지만 공격을 만들지는 못했다. 전반 35분 한 번 슈팅을 했지만 무위에 그쳤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을 빼고 이근호(상주 상무)를 투입했다. 역동적이지 못했던 김보경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김보경은 대표팀에서 측면, 중앙 등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이날은 스위스의 압박에 맥을 못췄다.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의 컨디션은 문제가 없었지만 김신욱과의 호흡 문제도 그렇고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소속팀에서 벤치에 있으면 대표팀에는 손해다. 장시간 그런 상황이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계속 지켜보겠다"라고 진단했다.

이는 향후 김보경의 위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구자철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김보경의 자리는 손흥민(레버쿠젠)이 위치한 왼쪽 측면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손흥민과 김보경이 자리를 놓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김보경이 경기 감각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더 어려워진다. 최적의 구성을 위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스위스전을 통해 기성용의 파트너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구자철이 기성용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김보경의 재능을 구자철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생각해봐야 한다. 김보경이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