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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감독, 러시앤캐시전 김정석 믿은 이유


전광인·밀로스에게 몰리는 공격 루트 분산에 초점 맞춰

[류한준기자] "힘들었어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지난 1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전을 끝낸 뒤 이렇게 얘기했다. 이날 한국전력은 러시앤캐시에게 이기긴 했지만 혼쭐이 났다.

한국전력은 풀세트 접전 끝에 러시앤캐시를 3-2로 간신히 물리쳤다.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내줬고 2, 3세트를 내리 따내며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4세트를 허용해 승부가 원점이 됐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중반까지는 상대에게 밀렸다.

만약 이날 한국전력이 패했다면 안방에서 신생팀에게 첫 승을 헌납하는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나올 뻔했다. 한국전력은 팀의 전신인 남선전기 시절까지 따지면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팀이다. 창단 시기는 지난 1945년 11월로 2013-14시즌 V리그에 처음 참가한 러시앤캐시와 비교하면 형님이 아닌 할아버지뻘 팀이 된다.

신영철 감독은 이날 선발세터로 베테랑 김영래도, 지난 시즌 신인왕을 받았던 양준식도 아닌, 팀내 세 번째 세터로 꼽히는 김정석을 내세웠다. 김정석은 한 세트도 빠지지 않고 5세트를 전부 뛰었다. 5세트 후반 김영래가 코트에 나오긴 했지만 김정석과 교대된 건 아니었다.

신 감독이 김정석을 코트에 내보낸 건 이유가 있었다. 그는 "공격루트가 단순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전광인과 밀로스 쿨라피치(몬테네그로) '좌우쌍포'를 꾸렸다. 여기에 서재덕까지 더해 화력에서는 다른 팀들과 견줘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광인과 서재덕은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공격시 높이에서 손해를 본다. 또한 밀로스가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어 신 감독은 걱정이다. 좌우쌍포를 활용해야 하지만 상대에게 읽히는 공격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신 감독은 팀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를 이용하기로 했다. 베테랑 후인정, 방신봉, 하경민 등을 이용한 센터 공격이다. 신 감독은 "어차피 한 쪽으로만 공격을 할 순 없다"며 "속공을 좀 더 자주 이용하기 위해 (김)정석이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신 감독은 "정석이도 경기에 나와 감각을 익혀야 한다"며 "팀 훈련 때만 뛰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실력이 느는 속도는 처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한국전력은 세터 자리에서 다른 팀들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신 감독은 5세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벤치 앞에 나와 플레이 상황 하나하나를 지적했고 세터 토스 움직임, 그리고 공격과 수비시 선수 위치 등을 모두 꼼꼼하게 살폈다. 5세트 13-12 상황에서 김정석은 전광인이 리시브한 공을 받아 방신봉에게 속공 토스를 올렸다. 방신봉은 재빠르게 이를 연결했고 득점이 됐다.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방신봉의 속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상대의 허를 찌른 속공이었다. 한국전력은 14-12로 앞서며 결정적인 흐름을 가져왔다. 김정석의 과감한 토스와 방신봉의 침착한 속공 연결이 돋보였다. 앞선 작전시간에 신 감독은 세터에게 속공 지시를 내려놓았다. 밀로스 또는 전광인에게 토스가 갈 것으로 예상했던 상대 수비를 역으로 이용한 셈이다.

신 감독이 상대 수비 포메이션을 거꾸로 이용해 재미를 본 장면은 올 시즌 이미 있었다. 첫 경기였던 지난 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 손해보험전이다. 당시 한국전력은 1세트를 먼저 내주고 2, 3세트를 연달아 듀스 끝에 모두 이기며 결국 3-2 승리를 거뒀다. 2, 3세트 접전 상황에서 신 감독은 '밀로스 대신 전광인에게 토스를 집중하라'고 지시했고 결과적으로 두 번의 작전지시는 딱 맞아 떨어졌다.

신 감독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부분이 많다. 결과가 그래도 좋게 나와 다행"이라며 "러시앤캐시 선수들도 한 번 흐름을 타니 대단하더라. 다음 번 맞대결에선 좀 더 신중하게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은 러시앤캐시에 견줘 서브에서 강점을 보였다. 한국전력은 6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밀로스를 앞세워 서브로만 12점을 올렸다. 반면 러시앤캐시는 서브득점이 없었다.

또한 신 감독이 노린 공격 루트 다변화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한국전력은 이날 속공 시도와 성공 숫자에서도 러시앤캐시를 제쳤다. 한국전력은 방신봉이 작성한 7차례 속공 성공을 포함해 모두 25차례 시도해 11점을 속공으로 뽑았다.

반면 러시앤캐시는 김규민을 제외하고 속공을 구사한 선수가 눈에 별로 띄지 않은 편이었다. 속공 성공률은 오히려 러시앤캐시가 56%로 44%를 기록한 한국전력보다 앞섰으나 승부처에서 한국전력은 결정적인 속공으로 재미를 봤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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