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지 알았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정신 없었던 지난 5개월의 성과와 보완점을 되돌아봤다. 홍 감독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새벽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에서 끝난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한 뒤 국내파와 함께 곧바로 귀국한 홍 감독은 공항 인터뷰에서 스위스-러시아 2연전의 평가부터 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스위스전을 치른 뒤 곧바로 두바이로 출국해 러시아와 평가전을 가졌던 대표팀은 시차, 건조한 기후, 피로누적 등 삼중고에 시달렸다. 러시아전 후반에 선수들의 둔해진 움직임으로 이런 어려움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홍 감독은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경험과 힘을 얻었다"라며 원정으로 치른 러시아전이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음을 전했다.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브라질의 환경에 대비한 훈련이 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대표팀은 선제골을 내주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러시아전의 경우는 반대였다. 홍 감독은 "선제골 이후 불과 몇 분 뒤 실점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집중력이 부족했는데 그렇다고 큰 불만은 없다. 마지막 경기라 체력적인 부담만 있었다"라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부임해 7월 동아시아선수권을 시작으로 10경기에서 3승3무4패를 기록했다. 정신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는 "몇 개월이 정신없이 갔다. 다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라며 그동안의 성과와 보완점을 돌아보고 대표팀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지는 3주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유럽파가 합류하기 어려워 국내파 중심으로 선수단을 짜야 한다. 내년 5월 월드컵 최종 엔트리 확정 전까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직 시간이 많다는 홍 감독은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해야 하는지 인식했다는 것이 성과다. 부족한 부분은 몇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거나 역전패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 젊은 팀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또,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 위해 "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선참급 선수들도 합류해야 할 것 같다"라며 그동안 선발하지 않았던 베테랑 자원들을 집중 관찰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명보호의 최대 성과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 현대)의 재발견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뽑지 않다가 K리그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재발탁, 이번 2연전을 통해 달라진 점을 확인했다. 동시에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이 치명적인 실수로 흔들린 것은 숙제로 돌아왔다.
이들에 대해 말을 아낀 홍 감독은 다른 이야기로 비유했다. "세트피스에서의 실점을 한 번에 보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는 것이다"라며 "공수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우회적으로 정리했다.
다음달 월드컵 조추첨에서 유럽 2팀이 포함된 죽음의 조에 편성될 수도 있다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에서 유럽은 늘 두 팀이었다"라며 "오늘 오전에 플레이오프를 보니 좋은 팀들이 올라왔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조는 절대로 없다"라고 예상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