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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강등' 대전, 체질 개선 후 클래식 복귀 과제


매년 감독 경질-선수단 물갈이-외풍에 힘겨워, 강해져서 돌아와야

[이성필기자]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 시즌 초부터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였고 실제로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막판 4연승을 달리며 가난한 구단의 기적을 연출하는 듯 싶었지만 냉엄한 현실은 대전에 강등 티켓을 안겨줬다.

올 시즌도 대전은 시끄러웠다. 개막 후 네 번째 경기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2-1로 이긴 뒤 "생각보다 첫 승을 빨리 거뒀다"라며 즐거워했던 프런트들의 기쁨은 이후 19경기 무승행진(7무12패)으로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김인완 감독은 성적 부진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졌다. 시즌 말미까지 김 감독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진호 코치 대행체제로 쇄신을 거듭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나갔지만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K리그 14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했지만 쓸 만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강진, 김한섭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아리아스, 플라타, 주앙파울로 등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도 너무 높았다. 높이가 장점이었던 정성훈이 김인완 감독과의 이견으로 팀을 떠난 것도 치명적이었다.

대전은 매년 크고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데다 사소한 소문에도 구단이 요동쳐 불안감이 축구에 집중해야 할 정신력을 잠식했다. 2009년 김호 감독의 사퇴를 시작으로 왕선재, 유상철, 김인완 감독에 조진호 대행체제까지 지도력의 연속성도 없었다. 사무국을 이끄는 사장도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기가 다반사였다. 선수단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되는 등 매년 신생팀처럼 시작해야 하는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멀리 보지 못한 단기처방은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10년은 고사하고 1년 계획도 틀어지기 일쑤였다. 연습장이 없어 기업체 안 운동장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무 프런트들의 머리만 복잡했다. 그나마 올해 클럽하우스가 완공됐지만 대전은 강등을 피하지 못해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역 여론에 민감했던 것도 구단을 힘들게 했다. 지역 여론으로 포장된 '외풍'은 대전 구단을 좌지우지 했다. 구단주인 대전광역시장의 관심의 차이에 따라 구단의 정책과 분위기가 오락가락했다. 새 감독 선임 때는 지역 출신의 어떤 인물이 된다는 소문부터 무성하게 일어 선수들을 불안하게 했다.

무엇보다 모든 구단 정책이 이사회의 판단으로 결정된 것은 대전의 가장 큰 한계였다. 사장이나 감독 선임 모두 이사회의 힘이 컸다. 구단 프런트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강등으로 이사진의 퇴진 여부가 대전 지역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사진은 지난 8월 구단 강등시 사직하겠다는 결의서를 구단주인 염홍철 시장에게 제출한 바 있다.

대전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전은 이사회의 힘이 너무 강하다. 김 감독이 초반 성적 부진으로 애를 먹고 사퇴를 하려고 할 때도 이사회가 사실상 막았다. 챌린지에서는 이사회보다 구단 사무국의 권한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인 뒤 클래식으로 복귀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당장 대전은 챌린지에서 살아남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상주 상무가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클래식 12위를 이겨 승격된다면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한 팀이 강등돼 함께 챌린지에서 뛰게 돼 험난한 여정을 펼칠 수밖에 없다.

상주 외에도 경찰축구단과 올 시즌 승격을 노렸다가 실패한 광주FC, 전력 구성이 비교적 좋은 FC안양, 수원FC 등이 대전을 공략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면역이 된 이들과 달리 대전은 챌린지 리그를 첫 경험한다는 점에서 힘든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승격팀이 몇 팀으로 정해질 지도 미지수다.

현 구단주인 염홍철 시장이 내년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염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차기 대전시장이 정책을 뒤집으면 구단이 풍전등화에 놓일 수도 있다. 1997년 창단해 17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튼실한 경쟁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대전 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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