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즐겁게 전쟁을 하라고 했습니다."
대구FC 백종철 감독은 운명의 일전을 앞두고도 담담했다. 3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그룹B(8~14위) 40라운드 최종전은 대구의 운명을 가르는 경기였다.
대구는 경기 시작 전까지 승점 31점으로 챌린지(2부리그) 강등 직행권인 13위에 머물러 있었다. 대구는 무조건 경남을 이기고 12위 강원FC(33점)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비기거나 패하기를 바라야 했다.
부담은 컸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경기라는 점에서 대구는 이기는 것으로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맡겼다. 우리의 플레이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가 내걸렸다. 대구 팬들이 극적인 1부리그 잔류를 바라며 올린 격문이다.
경기를 기다리는 대구 프런트들의 마음도 '진인사대천명'이었다. 말을 아끼며 기다리겠다는 분위기였다. 한 프런트는 "평소에 착하게 살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반을 0-0으로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대구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같은 시각 열리고 있는 강원-제주전에서 강원이 전반 35분 김동기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룹B에서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던 제주의 실력을 감안하면 후반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다는 은근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 시작 얼마 되지 않아 대구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구보다 조금 먼저 후반전을 시작한 강릉 경기에서 강원 김동기가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대구에서 막 주심의 후반 시작 호각이 울리던 시점이었다.
대구 프런트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애써 강원 경기의 소식을 듣지 않으려고 해도 주변에서 "강원이 또 넣었다"라는 말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뒤 김동기가 한 골을 더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하면서 강원이 3-0으로 크게 앞서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가 남은 시간 세 골 이상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대구 관계자들은 그저 침묵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할 뿐이었다.
결국 경기는 기적 없이 끝났다. 대구는 경남과 0-0으로 비기며 최종전에서 패하지는 않았지만 승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3위로 강등이 확정됐다. 39라운드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긴 것이 대구에겐 치명타였다. 대구는 최하위로 이미 강등이 확정된 대전 시티즌과 함께 내년 챌린지에서 재승격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됐다.
조이뉴스24 대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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