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전력은 2013-14시즌을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신영철 감독을 영입했고 구단 명칭과 유니폼 디자인을 바꿨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광인을 데려와 전력도 보강했다.
그러나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외국인선수 부분에서 삐걱거렸다. 기대를 모았던 에디에르 산체스(쿠바)가 팀 적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보따리를 싸 떠났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일이 급해졌다. 그런 가운데 마침 지난 2010-11시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던 밀로스 쿨라파치(몬테네그로)가 신영철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밀로스는 3시즌 만에 다시 V리그 돌아왔다.
한국전력은 지난 11월 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LIG 손해보험과 개막전에서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V리그 출범 이후 한국전력이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적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 중반까지 5할 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22일과 24일 각각 대한항공, 우리카드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2라운드 첫 경기였던 삼성화재전(27일)에 이어 LIG 손해보험전(30일)까지 내리 졌다. 2일 현재 2승 6패(승점 6)로 6위에 처져 있다. 연패탈출이 급한 과제가 됐다. 특히 최근 당한 4패 중 세 차례는 먼저 세트를 따내고도 뒷심 부족으로 주저앉아 더욱 속 쓰린 패배였다.
신영철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는 기를 살려주기로 했다. 특히 밀로스에게는 더 그렇다. 신 감독은 "밀로스를 만나 대화도 많이 한다"고 했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 사령탑을 맡으면서 바뀐 부분이 있다. 대한항공 감독 시절과 견줘 선수들과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
신 감독은 "지금 연패 중에 있긴 하지만 선수들이 갖고 있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며 "지난 시즌 치른 경기에서 많이 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한국전력은 2012-13시즌 2승 28패를 기록, 최하위에 머물렀다). 패배에 익숙해지면 선수들은 '나만 우선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보자'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신 감독은 이런 부분을 바꾸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국내선수들과 대화도 중요하지만 밀로스에게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밀로스는 2010-11시즌에도 경기에 패하면 자책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다른 팀 외국인선수들과 견줘 배포가 작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 감독은 "그 때는 상대팀 선수로 봐서 잘 몰랐지만 같은 팀에서 보니 (밀로스에게는)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밀로스가 부진할 때도 기를 살려주기 위해 '괜찮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밀로스가 결혼을 해서 가장이 됐지만 아직은 어린 선수"라며 껄껄 웃었다.
팀은 밀로스를 위해 아내인 산야까지 한국으로 초청했다. 산야는 한국전력이 경기를 치를 때면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체육관을 찾아와 남편과 동료선수들을 응원한다. 신 감독은 "얼마 전에는 밀로스 부부와 함께 식사도 같이 했다"며 "배구뿐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밀로스가 팀 성적이 좋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자기 탓이라고 여기더라. 그래서 '승패를 떠나 즐겁게 배구를 하자'고 말해줬다"고 했다. 선수에게 몰리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령탑의 배려다. 물론 국내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밀로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 했다. 팀 동료로서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 부분이 심해지면 단체운동 특성상 조직력이 흔들리게 되고 이는 팀 성적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힘든 가운데서도 경기를 잘 치르고 있다"며 "승패 결과를 떠나 코트에서 직접 부딪히고 느끼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연패 탈출을 노린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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