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사다 마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될 수 있었을까요?"
겸손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격을 떨어트리지는 않았다.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다.
김연아는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오는 5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시작하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Golden Spin of Zagreb)'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오랜만에 대회에 나서는 소감을 털어놓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예행 연습차 나서는 이번 대회에서는 새 시즌 쇼트 프로그램인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와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인 'Adios Nonino(노니노여 안녕)'를 공개한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가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데 있어 기초가 되는 대회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에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선다. 김연아와 간접 비교될 수밖에 없다.
아사다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연아와 또 한 번 운명의 겨루기를 해야 한다. 지난주 아사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없으면 나도 성장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절차탁마했던 것이 내 동기부여가 돼 있었다"라며 김연아에 대한 강한 라이벌 의식을 표현했다.
아사다는 김연아 입장에서는 과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의 아사다는 여전히 김연아를 의식하고 있고 미래에 복수를 노리고 있다. 아사다는 "어린 시절부터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였다"라며 자신에게 좌절감을 안겨 준 김연아에 대해 묘한 감정을 나타냈다.
김연아의 생각은 어떨까, 역시 쿨했다. 그는 "아사다와 같은 생각이다. 아사다와는 주니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교됐고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나 역시 주니어 시절부터 아사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피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그만큼 동기부여도 되고 자극도 되는 선수다"라며 좋은 라이벌이 돼왔던 상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전했다.
물론 김연아 자신이 가진 것은 충분히 해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마지막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다. 후회없이 마무리 하겠다. 이번 시즌 (아사다의) 프로그램을 나 역시 다 봤다. 그 선수도 중요한 시즌이라 열심히 할 것으로 본다"라고 올림픽에서 다시 멋진 경쟁을 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번 크로아티아 대회는 김연아와 인연이 있다. 2003년 노비스(13세 이하) 부문 대회에 나선 기억이 있다. 10년 만에 크로아티아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김연아의 대회 출전에 안도 미키(일본),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 등 준척급 선수들도 함께 나선다. 김연아로서는 아사다와 비슷한 실력의 안도와 떠오르는 신예 툭타미셰바를 상대로 실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연아는 "10년 전에는 중학생이었고 지금은 노장이다"라고 웃은 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작은 대회지만 경쟁해온 안도나 새로 떠오르는 툭타미셰바도 나오니 조금 더 긴장하고 경기를 하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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