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이 강조하는 승리 공식이 있다. 그는 "외국인선수 외에 국내선수들 중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반드시 둘 이상이 나와야 한다"며 "그럴 경우 경기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류 감독의 말처럼 흥국생명은 최근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그 중심엔 주포 노릇을 하고 있는 엘리차 바실레바(불가리아)가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보조 레트프로 뛰고 있는 박성희가 주인공이다.
박성희는 지난 11월 23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날 흥국생명은 니콜 포셋(미국)이 복귀한 도로공사를 맞아 예상밖의 3-1 승리를 거뒀다. 바실레바가 28점을 올렸고 박성희도 19점으로 그 뒤를 잘 받쳤다. 박성희는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19점을 기록한 게 맞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일주일 뒤인 3일 홈코트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박성희는 또 다시 팀내 2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렸다. 바실레바가 34점, 박성희는 14점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세트를 듀스접전 끝에 먼저 따냈지만 2, 3세트를 내리 허용,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4, 5세트에서 승부를 뒤집는 뒷심을 보였다.
박성희는 지난 2010-11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사실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당시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다소 김이 빠졌다. 신생팀 IBK 기업은행에 대한 지원책으로 고교 랭킹 1, 2위로 꼽힌 김희진과 박정아를 비롯해 우수선수 대부분이 먼저 선발됐기 때문이다.
박성희는 드래프트 3라운드에 가서야 가까스로 이름이 불렸다. 흥국생명이 그를 지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류 감독과 인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박)성희는 배구를 처음 시작했을때부터 지켜봤던 선수"라고 했다. 박성희는 울산 월평중학교 시절 배구공을 처음 손에 잡았다.
류 감독은 "또래 선수들은 모두 배구 명문교에 스카우트 됐고 이름을 알렸다"며 "그와 견줘 성희는 상대적으로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선수"라고 했다. 박성희는 울산 삼산고에 진학했고 졸업반때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류 감독은 당시 흥국생명의 총감독으로 있었다. 고교대회를 늘 빠지지 않고 다니며 신인 선수 발굴에 공을 들였던 그에게 중학교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박성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흥국생명은 3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이때 류 감독이 박성희를 적극 추천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일본 출신인 반다이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국내 선수를 보는 눈썰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반다리아 감독은 류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박성희를 지명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레프트인 박성희가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틈은 좁았다. 김연경(페네르바체)은 없었지만 한송이(GS 칼텍스)를 비롯해 주예나 등이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송이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뒤부터 박성희는 조금씩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올시즌 박성희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팀이 연승을 거두는 기간 동안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류 감독은 "바실레바 뿐 아니라 성희가 제 몫을 해줘야 경기가 잘 풀릴 수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박성희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꾸준한 활약이다. 몇 경기 반짝하는 그런 활약이 아닌 장기레이스에서 일정 부분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박성희도 손에 넣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웜업존에서 보낸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백업선수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한송이 등 대형 레프트를 자랑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지 오래다. 김연경과 한송이가 함께 뛰던 시절은 과거가 됐다. 이제는 새로운 레프트진을 꾸려 '시즌 2'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에 박성희가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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