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왕의 귀환'에 부상이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확실히 부상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 '피겨 여왕' 김연아(23)다.
김연아는 8일 새벽(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12점(기술점수(TES) 60.60 예술점수(PCS) 71.52 감점 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의 73,37점을 더해 총점 204.49점을 기록한 김연아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연기가 펼쳐지기 몇 시간 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23, 일본)가 출전해 관심을 모았다. 아사다는 두 차례의 트리플 악셀을 실패했으나 총점 204.02점을 받으며 역시 우승했다. 대회의 수준과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어쨌든 총점에서는 김연아가 0.47점 높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9개월 만에 나선 실전이었지만 문제가 없는 김연아였다. 특히 쇼트프로그램보다 시간이 긴 프리스케이팅에서 초반 첫번째 점프 실수를 하고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후반부로 갈수록 연기의 완성도가 더 올라갔다는 점이 놀라웠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가장 쉬운 더블 악셀을 실수했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착지를 하다 빙판에 손을 짚으며 넘어졌다. 주특기였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었고 이후 전체 연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힘을 초반에 사용하게 될 경우 후반 점프 등의 연기에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체력 안배가 잘 안돼 점프시 비거리나 높이가 줄어들 우려도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둔 김연아의 몸상태는 내년 소치올림픽을 100%로 봤을 때 80~90%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9월 오른발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 부상으로 재활과 훈련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몸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선 김연아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여왕'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후반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었던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점프에서는 김연아의 재치가 발휘됐다. 당초 트리플 러츠는 단독 점프였지만 더블 토루프를 연결해 스스로 연기 완성도를 높였다.
이어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해내며 특유의 교과서적 점프의 완벽함을 뽐냈다. 부상과 실전 공백으로 체력이 완전하지 않아 점프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예상 속에서 보여준 깔끔한 후반 연기여서 더 대단했다. 칼같은 직선 스텝도 구사하며 배경곡 탱고의 강렬함에 녹아 들었다. 체력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연아 스스로도 성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때문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가 잇따라 나 나왔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김연아의 주치의인 강서솔병원 나영무 대표원장은 "점프에 무리가 없는 몸상태다. 심리적인 요인만 극복하면 된다"라며 연기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완벽한 몸상태에 오른 뒤 심리적 압박만 견디면 올림픽 2연속 우승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잘 보여준 김연아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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