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참으로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칠봉의 강렬한 재등장은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연애는 타이밍'이라는 잠언같은 메시지를 번쩍 떠오르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유연석 분)은 쓰레기(정우 분)와 헤어진 뒤 솔로가 된 나정(고아라 분)에게 그간 변치 않았던 마음을 전했다. 과거 풋풋했던 첫 고백은 나정의 마음과 엇갈렸지만 제작진이 그에게 또 한 번 실연의 상처를 줄 지는 알 수 없는 상황.
그간 칠봉과 나정은 적잖은 상황의 변화를 거쳐왔다. 칠봉은 일본을 거쳐 미국에서 야구 선수로 활약 중이며 이제 한국에선 얼굴만으로도 환호성을 자아내는 유명 야구스타가 됐다. 나정은 고군분투 끝에 공사에 취직, 쓰레기와 결혼을 미루고 호주에서 2년 간 해외 근무를 마쳤다.
멀어진 몸 탓일지, 나정은 쓰레기와 자신이 그저 '평범한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소원해진 사이를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였고, 이별 역시 피하지 못했다. '헤어지지 않은 채 헤어졌다'는 나정의 내레이션이 오래된 연인들의 흔한 이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칠봉에게 기회가 왔다. 보름간 한국에 머물게 된 그는 나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운전면허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와 수 차례 운전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나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숙집 식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길이었다. 칠봉에겐 그 역시 상관 없었다.
동일(성동일 분)의 사고 소식을 접한 칠봉은 택시가 안 잡혀 안절부절 못하는 나정을 병원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거짓말을 눈치챈 나정으로부터 이동하는 내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수준급 운전 실력을 지니고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두고 칠봉은 "보름 뒤면 다시 미국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일부러 그랬다"며 "이번에 놓치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백한 고백을 이어갔다.
칠봉은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그때 네 옆에 아무도 없다면 우리 연애하자고 했던 말 기억하냐"며 1996년 자신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나정에게 했던 약속을 상기시켰다. 곤란한 듯 시선을 피하는 나정에게 그는 또다시 "나 네가 너무 좋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고, 아직도, 지금도 좋다"며 침착하고도 뜨거운 고백을 마무리했다.
결말을 2회 남겨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나정의 연애사에 함께 몰입하고 있다. 나정은 쓰레기와 알콩달콩 열애를 이어가다 결국 이별했고, 돌아온 칠봉이의 고백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숨기지 못했다.
최근 몇 회 간 나정의 남편으로 쓰레기가 유력 후보였다면, 칠봉의 진심어린 고백은 그 추리의 축을 흔들어 놓는데 성공했다. 뻔한 러브라인을 추측하며 마음 놨던 시청자들에게 '응답하라 1994'는 오랜만에 두근대는 순간을 안겼다.
한편 이날 방송은 칠봉·나정·쓰레기의 엘리베이터 앞 삼자대면을 그리며 시선을 모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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