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 12월 1일 열린 구단 납회식에서 2014시즌 마운드 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얘기했다. 당시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더블스토퍼' 체제로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블스토퍼는 특정선수 한 명을 마무리로 두지 않고 두 명의 투수를 상황에 따라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올린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그 후보로 지난해 31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책임졌던 김성배와 빠른 공을 자랑하는 최대성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시즌 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두고 여러 선수를 저울질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20, 34세이브를 기록한 김사율이 있었지만 구위가 떨어지고 있었고, 경험 많은 정대현 카드도 있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더블스토퍼 대신 한 선수에게 마무리 임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정대현으로 낙점한 것이다.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정대현은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에 김사율까지 구위가 예전만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민하던 김 감독은 필승계투조에 속했던 김성배를 뒷문지기로 돌렸다. 불펜투수들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았던 김성배는 보직이 바뀌는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김성배는 처음 맡은 마무리 보직을 잘 수행하며 31세이브를 올렸지만, 9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많은 8개의 블론세이브도 기록했다.
그렇다고 김성배를 탓할 수도 없었다. 김성배는 무려 22차례나 1점 차 박빙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 역시 9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 중 최다였다. 또한 김성배는 1점 차 등판에서 가장 많은 26탈삼진을 기록한 투수였다.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도 1.09로 나쁘지 않았지만 피안타율은 2할2푼5리(80타수 18안타)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워낙 터프 세이브 조건에서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보통 부담감을 갖고 공을 던진 게 아니었다.
현역은퇴 후 오랫동안 투수코치로 활동했던 김시진 감독은 김성배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필요성을 누구보도 잘 알고 있었고 조력자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성배가 2013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1푼7리로 우타자(2할8리)와 견줘 높다는 부분도 더블스토퍼 카드를 꺼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서 더블스토퍼 체제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요인을 풀려다 오히려 더한 짐을 짊어질 수도 있다. 김 감독도 이런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마무리가 확실한 투수 한 명으로 고정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 롯데는 김성배, 최대성 뿐만 아니라 정대현과 김사율도 경험 상으로는 충분히 뒷문지기 노릇을 할 수 있다.
마운드 전체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이를 정리하고 보직을 결정하는 건 김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롯데는 올 시즌'가을 야구'는 기본이고 우승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운드의 뒷문 정리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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