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강력한 스파이크에 이은 득점 성공. 그러나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주포'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는 아가메즈(콜롬비아)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런 아가메즈가 눈물을 끌썽였다. 9일 LIG 손해보험과 경기에서였다. 현대캐피탈이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고 있던 4세트 막판, 두 팀은 치열한 듀스 접전을 펼쳤다. 현대캐피탈도 4세트를 상대에 내준다면 이어지는 마지막 5세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천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현대캐피탈전 연패를 벗어나기 위한 LIG 손해보험의 집중력도 대단했다.
당시 코트에 나와 뛰고 있던 현대캐피탈 세터 최태웅은 듀스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아가메즈에게 토스를 해 해결사 노릇을 맡겼다.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4세트 후반 두 차례나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27-26, 28-27, 두 차례 다 리드하던 상황이었다. 아가메즈가 이 때 시도한 두 차례 후위공격은 모두 라인을 벗어났다. 경기를 끝낼 수 있던 기회를 아가메즈는 살리지 못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가 아닌 문성민과 최태웅의 손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28-28에서 문성민이 시간차 공격을 성공한 뒤 이어 LIG 손해보험 김요한이 때린 퀵 오픈을 최태웅이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2시간이 훌쩍 넘어갔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아가메즈는 이날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33점을 올렸다. 그러나 4세트 후반 공격 범실 2개를 포함해 모두 12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아가메즈는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거듭 전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아가메즈가 겉모습과 달리 매우 여린 구석이 많다"며 "밖에서 보기에는 아가메즈가 무뚝뚝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더라"며 "에이스로서 자신이 책임지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김 감독은 최근 있었던 아가메즈와 삼성화재 레오(쿠바)의 신경전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다. 김 감독은 "아가메즈가 연약한 구석이 있기도 하지만 배구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선수"라며 "그런 일에 대해 (아가메즈도)크게 신경쓰진 않을 거라 본다. 선수들끼리 경기를 하다보면 서로 웃을 수도 있고 성도 낼 수 있다. 만약 그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먼저 말렸고 주의를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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